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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도 작. 은 권. 리가 생겼습니다.

by 글도장

월세와 저작권, 머나먼 이야기

요즘은 초등학생들의 꿈 중 하나가 ‘건물주’라고 합니다.

"내 꿈은 건물주야"

문득, 대학 시절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순수했던 그 시절, 그 말이 속물적으로 느껴졌는데,

어쩌면 그 선배는 시대를 앞서갔나 봅니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 얘기를 꺼낸 건 시대를 한탄하려고 가 아닙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주는 자산의 매력과 든든함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견되는 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이죠.

벚꽃 연금으로 유명한 가수 장범준을 비롯해,

유명 드라마 작가, 웹툰 작가들은 저작권의 힘을 보여줍니다.

월세가 공간을 빌려주는 값이라면, 저작권은 표현을 빌려주는 값입니다.

그리고 둘의 공통점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입니다.




창작자의 시대

그런데, 저작권은 정말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일까요?

사실 저작권만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것으로 수익을 얼마나 창출하느냐는 별론으로 하면 말이죠.

저작권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작권(著作權, copyright, ©) 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문학, 예술, 학술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자나 그 권리 승계인이 행사하는 배타적·독점적 권리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으며, 모든 창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인간이고,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누구나 저작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기회의 평등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습니다.

글쓰기의 중요성이야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란 바로 콘텐츠의 시대를 말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글과 영상과 음악을 접하는지 생각해 보면,

콘텐츠의 시대라는 말은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을 하려 해도 자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창작은 내가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서 매력적입니다.



권리를 지키는 의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와 관련 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되기 전엔 아이에 대한 배려나 환경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임신을 하는 순간 아이에 대한 관여도는 확 올라갑니다.

내 아이가 아니어도 어쩐지 신경이 쓰입니다.

저작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런치 글 하나를 쓰면서 이제 저는 저작권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글을 내어 놓는다는 게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그 순간, 저. 에게도 작. 은 권. 리가 생겼습니다.

모두가 잠재적 저작권자인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권리에는 늘 의무가 따른다고 합니다.

나의 권리가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부터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타인의 저작권을 지켜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내 자식이 소중하듯 남의 자식도 소중한 것을 아는 것 말입니다.

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창작의 기회는 열려 있지만, 창작이 쉬운 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엄격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저작권법에는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표현을 따라 하는 건 표절이지만, 표현의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를 따라 하는 건 표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지브리풍 사진도 화풍은 그저 아이디어이기에 표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표절이 아니라지만, 마음까지 편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AI가 아닌 누군가가 그 화풍 그대로 그려내었다면, 그것도 표절이 아닌 걸까요?

표현을 베끼지 않는 건 물론이고,

아이디어와 표현이 얼마나 밀접한지 스스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의 무엇을 보고 영향을 받거나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었다면, 끝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과연 나는 그저 아이디어의 단초를 얻은 것인가, 표현을 따라 한 것인가 말이죠.


마지막으로,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Q. 남의 인스타에 나온 사진을 출처를 밝히고 올리면 저작권 문제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입니다.

출처를 밝히는 것과 함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막연하게 아는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남의 귀한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작권을 지킨다는 것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일

AI로 인해 사고하는 힘마저 사라져 버리게 될 거라는 비관적인 말들이 여기저기 들립니다.

1초면 뚝딱하고 그럴싸한 작품들을 알아서 만들어내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창작은 사유의 결실입니다. 사유는 힘들지만, 그 깊이는 다를 것입니다.

인스턴트 곰탕이 아닌,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곰탕처럼요.


그렇기에,

쉬운 길을 두고 정도를 택하는 창작자들이 마땅히 존중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창작의 의욕이 날 테니까요.

그래야, 좋은 창작이 세상을 풍요롭게 할 테니까요.


저. 도 작. 은 권. 리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그 권리를 잘 지켜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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