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회는 앞머리는 있지만 뒷머리는 없다

by 정영기


기회는 앞머리는 있지만 뒷머리는 없다는 그리스 속담은 기회의 순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말의 배경에는 기회를 의인화한 여신 카이로스(Kairos)가 있다. 그녀는 이마 앞쪽에만 머리카락이 있고 뒤는 민둥머리였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녀가 눈앞을 스쳐 지나갈 때는 붙잡을 수 있지만, 지나간 뒤에는 손을 댈 데가 없어 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이미지는 기회가 짧게 머무는 존재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이 속담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주저하면 놓친다. 삶에서 중요한 순간은 길게 머물지 않는다. 기회는 늘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오지 않고, 오히려 불확실함과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판단이 길어질수록 기회와의 거리는 멀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회가 온 순간을 인식하는 감각과 두려움을 넘어서 손을 뻗는 용기다.


현대 사회는 이 속담의 상징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기술 변화와 시장 흐름은 빠르고 거세다. 잠시 미루는 사이 경쟁자가 먼저 움직이고, 새로운 트렌드는 이미 지나간다. 특히 창업과 투자 분야에서 타이밍은 생명과 같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누가 먼저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붙잡는 사람만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일상의 결정에서도 이 속담은 여전히 힘을 갖는다. 이직 기회, 새로운 관계, 배우고 싶은 기술, 작은 도전들 역시 머뭇거리면 쉽게 지나간다. 누군가 건넨 제안을 가볍게 넘기거나, 새로운 선택을 두려워해 미루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조금의 용기만 내도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드는 순간이 있다. 기회는 조용히 오기 때문에 눈치와 실행력이 중요하다.


결국 이 속담은 기회를 붙잡는 힘은 준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준비된 사람은 기회의 신호를 더 빨리 알아보고, 판단과 행동 사이의 시간을 짧게 만든다. 지나간 기회를 후회하기보다 지금 눈앞의 적은 가능성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과한 고민보다 짧고 정확한 결정을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기회의 앞머리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Image_fx (6).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효과적인 연설을 위한 키케로식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