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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진실은 흐르고, 거짓은 단단하다

by 정영기

1. 책 소개 문단


킷 프릭의 신작 《Friends and Liars》는 우정이라는 가장 익숙한 관계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봅니다. 겉으로는 따뜻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균열을 숨기고 있는 인간관계의 민낯을 이탈리아 코모 호수라는 화려한 무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궁전 같은 별장과 잔잔한 호수가 만든 고요한 배경이 오히려 긴장감을 더합니다. 프릭은 누구보다 차갑고 정확하게 심리를 짚어내며 독자를 플롯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2. 도입부 읽기


"진실이란 참 묘한 액체와 같다. 그것은 쏟아지고, 퍼져나가며,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 하지만 거짓말은 달랐다. 거짓말은 단단했다. 그것은 우리 우정을 지탱하는 암반이었고, 우리 넷을 하나로 묶어줄 만큼 강력한 유일한 것이었다. 그 단단한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3. 첫 문장의 의미


첫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진실보다 거짓이 더 단단했다는 고백은 이 네 사람이 만든 관계가 애초에 정직함이 아닌 공포와 죄책감에서 나왔음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기대기 위해 비밀을 공유했고, 그 비밀이 오히려 돌덩이처럼 무거워져 삶을 짓누릅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거짓의 정체를 궁금해하게 되고, 그 호기심이 서사를 잡아당기는 힘이 됩니다.


4. 줄거리 요약: 완벽한 우정 뒤에 숨겨진 균열


이야기는 성인이 된 네 명의 친구가 다시 한자리에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불러낸 곳은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호화로운 별장입니다. 겉으로는 추모 모임이지만, 실상은 오래된 비밀이 표면으로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과거

5년 전, 대학 시절의 새해 전야제에서 상속녀 클레어 먼로가 비극적으로 죽습니다. 공식 발표는 사고였지만, 진짜 원인은 루카, 하퍼, 시리나, 데이비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과 배신이었습니다. 그날의 선택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지만, 네 사람의 관계 속에 돌처럼 박혀 버립니다.


현재

클레어의 가족이 주최한 추모 모임이 코모호의 궁전 같은 별장에서 열립니다. 네 사람은 망설이면서도 그 자리에 모입니다. 모두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품고 있고, 모두가 다른 사람을 의심합니다. 코모 호수의 잔잔한 수면과 달리 네 사람의 감정은 거칠게 흔들립니다. 누군가 그들의 거짓을 알고 있다는 낌새가 나타나며 긴장감은 더 높아집니다.


프릭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시키고, 독자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가 선명해집니다.


5.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코모 호수의 분위기를 십분 활용한 긴장감
고요한 물가와 화려한 별장. 아름다운 풍경이 오히려 비밀을 숨기기 좋은 공간이 됩니다. 프릭은 이 대비를 교묘하게 활용해 서늘함을 배가합니다.


인물 간의 심리전
네 명의 친구는 모두 진실을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무너집니다. 죄책감과 두려움, 사랑과 질투가 얽히며 자연스러운 긴장이 만들어집니다.


빠른 리듬의 전개
짧은 챕터와 강한 훅이 이어져 독자를 쉬게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는 순간마다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이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
프릭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스스로를 속일 수 있는지 묻습니다. 진실이 흐른다는 말처럼, 이 소설의 우정도 형태를 바꾸며 독자를 끝까지 의심에 빠뜨립니다.


겨울밤, 조용한 방에 앉아 이 책을 펼치면 코모 호수의 차가운 공기와 인물들의 심리가 동시에 밀려옵니다. 단단한 거짓 위에 세워진 우정이 무너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경험은 오래 남습니다.


이 책은 미스터리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는 이야기입니다.



책 뒷면.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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