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면허'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옛날 사람이기에 장롱면허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지만 요즘 20대들은 이 단어가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다.
나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1종 보통으로 땄다. 2살 위 오빠가 승용차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 트럭은 높이가 있어서 더 쉽게 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종 보통을 딴 것이다. 그런 뒤 20대 중반 직장생활을 하다 관두고 경찰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고, 가산점을 위해 1종 대형 면허(버스)를 취득했다.
결혼 후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이사 와서는 신랑차로 도로주행 연수도 받고 가까운 마트도 혼자 운전하고 다니곤 했다. 그때도 주차는 정말 못해서 주차장에서 초입에 주차를 하고 마트 입구까지 한참을 걸어갔다. 주차도 3칸 정도는 기본으로 빈 곳에 했고,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얼른 차에서 내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면허만 가지고 있던 내가 20년이 흐른 뒤 내 첫차를 구입했다. 내가 사는 곳은 중고차 매장이 주변에 수백 곳이 있는 동네이다. 그런 영향인지 새 차가 아닌 중고차를 살 결심으로 신랑과 주말에 매장에 방문했었다. 내 기준에 모닝은 예쁘지가 않고, 캐스퍼는 출시된 지 얼마 안돼서 가격이 비쌌다. 그래서 내가 고를 수 있는 차종은 스파크와 레이였는데, 10대 때 레이저를 꿈꿨던 신랑이 레이 보다는 스파크를 추천했다. 나도 스파크가 싫지 않았다. 다만, 단종된 모델이라는 게 맘에 걸렸지만,,,, 구매할 모델을 스파크로 정하고, 중고차 키로수, 가격등을 따져보고 예산안에서 차를 찾다가 기본 화이트 색상인 아이를 발견하고, 가계약을 했다. 당시에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 차가 후방카메라가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서, 만약 월요일에 서비스센터에 확인해서 후방카메라 기능을 살리지 못하면 이 차의 계약은 취소하기로 말이다
나에게 후방카메라는 그 어떤 옵션보다 중요했다. 난 카메라가 지원해 주는 바퀴라인이 없으면 핸들 조작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머리가 안 좋은 건 알았지만 진짜 운전기술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수원에서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차를 찾지 못하고 인천공항 근처에서 내 첫차를 만날 수 있었다.
신랑이 스파크 오너 카페에 올라온 풀옵션으로 후방카메라 기능이 문제없는 차를 발견했고, 우리는 차를 보러 바로 인천으로 향했다. 그날 차주에게 허락을 받고 근처 정비소에서 차 상태를 확인했고, 다행히 정비소 직원분이 차를 아주 꼼꼼히 봐주셔서 그렇게 그 차는 내 생에 첫차가 되었다. '아리아'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지금 나는 1종 대형 면허 소지자 이지만 엉망인 운전실력 탓에 스파크 후미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2개나 붙이고 다닌다. 전에는 주차만 문제였던 거 같은데 지금은 주행도 못한다. 차가 작아지면 차선 변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나?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루는 직진 신호를 보고 좌회전을 했고,,,,어떤 날은 좌회전에 노란불이 들어왔는데 들어갔다가 큰 사고가 날뻔했다. 상대차가 조금만 일찍 출발했으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긴장모드로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차가 적은 시간에 운전을 하고, 가까운 길도 운전하기 어렵다면 삥 돌아서 쉬운 길로 가고, 고가운전 후 차선변경이 어려워 고가를 타지 않고 밑에서 신호를 한번 거치고 다닌다.
작은 동네에서 운전을 못하는 내가 소문이 났을 것 같다. 운전도 못하는데 내 차의 색상은 흰색, 검은색이 아닌 너무 눈에 띄는 붉은 다홍색이다. 그래서 동네에서 운전을 하는 게 조금씩 더 두려워지고 있다. 마을버스 기사님이라던지 동네 주민들이 길에서 내차를 만나면 " 저 초보 운전 또 나왔네." 하고 한 마디씩 할 것 같다. 동네에서 운전 빌런이 되어가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이 글도 오늘 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우회전 후 차선변경해서 왼쪽으로 2번 이동해야 하는데 옆에 차들에 끼어들지 못해서 빙빙 돌다가 집에 와서 쓰는 것이다. 언제 아무 걱정 없이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초보 운전 기간은 끝이 있을까? 그래도 나와 다른 운전자를 위해 꼭 2가지는 지켜야겠다. 과속은 절대 하지 말고(나는 너무 저속 주행일 때도 있어서 그 점도 문제지만), 신호는 꼭 꼭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