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가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間)의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비로소 관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관계는
때때로 상처의 근원이 되곤 한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와 같은 존재는 우리의 삶에 지지와
위로를 건네지만, 지나친 간섭이나 경계의 붕괴는 오히려
관계를 파괴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 해리 스택 설리번은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온전한 자아를 발견한다”고 말했지만, 이 관계가 지나치게 밀착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경고한다.
가족, 친구, 동료라는 이유로 개인의 삶 깊숙이 개입하는
태도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까움은 신뢰를 낳기도 하지만, 거리의 결핍은 쉽게
간섭으로 바뀌기도 하여 심지어 폭력이 되기도 한다.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인간관계를 “가까움과 거리의
끊임없는 조율”로 설명한다.
건강한 관계란 무조건적인 친밀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거리감 속에서 유지된다.
친구이기에 더 조심해야 하며, 가족이기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진리가 아닐까.
우리는 관계를 통해 존재하지만, 동시에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때 더 깊이 성장할 수 있다.
지나친 개입 대신 적절한 거리를 둘 때,
인간관계는 소모가 아니라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결국, 관계란 타인을 지배하거나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기 위해 서로의 고유한 공간을 인정하는 일이다.
건강한 인간관계의 비밀은 ‘가까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거리’에 있다.
진정한 친밀은 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인정하는 데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