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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by 김지향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관계 속에서 재편되고,

사회적 조직 안에서 역할이 부여된다.

직장에서는 직함이 우리를 규정하고,

가정에서는 부모나 자녀라는 이름이 우리의 자리를 정한다.

그러나 외부적 조건은 언제든 변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

곧 마음의 추를 세우는 일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 임제 선사의 《임제록》에 기록된 말인,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은

이를 우리에게 또렷이 상기시키고 있다.

“어디에 있든 네가 주인이 되면, 그 자리가 곧 진리다”라는 가르침은 삶의 태도에 관한 지혜를 담고 있다.


‘수처작주’의 *처(處)*는 동서남북 상하좌우,

곧 우리가 발 딛는 모든 장소와 상황을 가리킨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은 늘 다양한 장소와

조건 속에서 우리를 시험한다. 이때 주인이 되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태도를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무엇이 결정한다고 믿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즉, 내적 통제 소재(Internal Locus of Control)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성취와 실패가 자기의 노력, 선택, 태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다.

예컨대, 시험에 합격했을 때 “내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 것이다”라고 해석하고, 실패했을 때도 “내가 더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는 주체성을 강화하고, 역경 속에서도

삶의 방향을 잃지 않게 만든다.


반대로 외적 통제 소재(External Locus of Control)를 가진 사람은 성취와 실패가 외부의 요인, 예컨대 운, 타인의 평가, 사회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

같은 상황에서 “운이 좋아서 합격했다”거나 ,

“사회 구조가 불공정해서 실패했다”라고만 생각한다면,

결국 삶의 주도권은 언제나 외부에 놓이게 된다.

이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부정하고 불신하게 만든다.


‘입처개진’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 내적 통제의 실천적 과정을 가리킨다.

서 있는 그 자리가 곧 진리가 된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임한다면 그 자리는 더 이상 우연한 공간이

아니라 자기 삶의 무대가 된다는 뜻이다.

삶의 주도권은 조건이 아닌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불가피한 비교 속에 살아간다.

SNS에 반짝이는 이미지, 사회가 부여하는 성공의 기준은

우리를 쉼 없이 흔들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평온은 외부로부터 오는 게 아님을 기억하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이 곧 주인의 삶이 아닐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비로소 온전히 내가 되는 순간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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