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t rains, look for the rainbow.
비가 올 땐, 서둘러 우산을 챙기든, 무지개를 찾든.*
나는 캐나다에서 7년, 미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북미에서 정기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두 아들의 야구
선수 꿈을 위해 15년째 나 역시 그 꿈에 얹혀 살아온 셈이다.
마침내 장성한 아들 둘은 집을 떠났다.
큰아들은 캘리포니아로, 작은아들은 플로리다로.
차로 스무 시간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들,
게다가 시차까지 있다.
전화를 걸기 전에 먼저 시간을 확인해봐야 한다.
목소리를 듣는 일조차 확인과 주저함마저 필요로 한다.
아이들이 떠난 집은 휑하니 조용하고 낯설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 존재가 비어 있는 듯한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스스로 운전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허전함이 있었다.
더 이상 아침마다 차를 몰고 학교 앞에서 아이를 내려줄
의무가 사라졌을 때의 그 해방감과 공존한 허무함이라니.
그제야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내 가치, 내 역할, 내 효용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강한 충동이 나를 흔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목적 없이 인터넷을 헤매던 중,
오래전 아이들을 등록시켰던 중학교의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연.
불과 두 달 남짓 다녔던 학교였지만,
첫 학교라서 인지 어딘가 특별한 추억이 깃들어 있었다.
그곳에서 ‘교직원 모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나는 주저하지 않고 지원서를 작성했다.
그 다음날, 면접 요청이 왔다.
나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인터뷰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교장은 짐짓 놀란 듯했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그렇게 교장과 두 명의 교감, 인사 담당자와 마주 앉아
두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경험은 없었지만,
20여 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시간은 우리가
교육자로서의 철학을 함께 나누기에 충분했다.
그 자리에는 긴장 대신 묘한 공감과 웃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미국 공립학교 시스템 속에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운이 늘 따랐던 거 같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가끔 그날을 떠올리면 여전히 놀랍다.
무심코 웹서핑을 하던 내가,
학교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채 3일도 걸리지 않았다.
철저한 계획도, 완벽한 준비도 없었다. 단지 순간의 용기와, 우연처럼 다가온 기회가 나를 이끌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그런 우연들의 연속일 때가 흔하다.
치밀하게 짠 계획보다 무심코 내디딘 발걸음에서 길이
열리기도 한다.
우연이 필연이 되고, 충동이 운명을 바꾼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선택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삶을 여는 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공립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어느새 또 다른 아이들로 채워졌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충만해지고 있다.
삶은 거창한 계획이나 완벽한 준비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아무런 계산도 없이 저지른 선택이 새로운 길이 된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의 용기가 내 삶을 다시 피어나게 했다.
혹시 지금 공허하거나, 길을 잃은 듯한 마음을 안고 있는
동료가 있다면 전하고 싶다.
완벽한 준비가 없어도 괜찮다고.
우연히 마주친 기회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 한 걸음이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결코 낡은 교훈이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