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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예찬

feat.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

by 김지향

음악은 언제나 내 삶을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유럽에서 홀로 유학을 했던 시절,

나를 가장 충실하게 위로해 준 것도 음악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고독은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졌지만,

하이든의 교향곡이 흘러나오면 그 그림자는 짧아지고,

세상은 내 편이 되는 듯했다.

작은 선율 하나가 무너져가던 마음을 지탱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가.


시간은 흘렀지만, 음악은 여전히 나의 일상에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른 아침 차를 몰고 출근길에 오를 때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차이콥스키나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이 새벽의 공기와 섞여 나를 깨운다.

차창 너머 회색빛 도시 풍경 속에서도 음악은

언제나 나만의 색채를 펼치도록 이끌어준다.

아마도 내가 음악에 의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언제나 언어 너머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은 말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처럼,

선율은 언어가 다다르지 못하는 세계에서도

나의 마음을 한껏 올려주기 때문이다.


음악이 지닌 힘은 단순한 위로에 그치지 않는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과 감정들이 하나의 질서를 찾아가는

경험, 그것이 음악이 선사하는 놀라운 힘이다.

창작자들이 시간과 공기를 깎아내듯 엮어낸 선율은

경이로울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감각적이다.

마치 마음의 결을 따라 흐르는 또 하나의 삶이랄까


학창 시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며 받은 감동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한다.

“의학, 법, 비즈니스, 기술도 물론 숭고한 일이지. 삶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단다.

그러나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들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란다.”

그 장면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흔들릴 때마다

나를 다잡아주는 또 하나의 진리로 남아 있다.


오늘은 월요일.

교사든 학생이든, 이틀의 휴식 끝에 돌아온 집단의 리듬에

적응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래서 수업 시작 전, 음악을 함께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영국의 낭만주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

원래는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힘을 주는 음악이다.

아이들과 함께 그 당당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새로운 한 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에서는 음악이 감정을 조율하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정서 조절(emotion regulation)’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기분을 전환하는 차원을 넘어, 음악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닿아 혼란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활력을 불러온다. 외로웠던 시절의 나에게,

아이들과 함께 웃는 현재의 나에게도 음악은 언제나

내 곁에서 조용히 내 감정의 박자를 맞추어 주고 있다.


음악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마음 조각의 온기가 아닐까. 나는 그 온기를 마음에 담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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