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소풍 온 우리 인생,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솔의 눈'입니다. 오늘 리뷰해 볼 드라마는 바로 [폭싹 속았수다]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아이유, 박보검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시작부터 이목을 끌었는데요. 공개 이후에는 섬세한 대사와 탄탄한 연출에 힘입어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부문 글로벌 1위에 달성한 작품입니다.
기죽지 않는 명랑 소녀 애순과 그런 애순을 바라보는 코흘리개 순정남 관식. 이 둘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투박하지만 따뜻한 정이 가득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총 16부작으로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였는데요. 섬세한 연출 덕분에 시청자는 피부 끝의 닿는 계절의 온도를 깨닫듯 주인공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이기주의'. 이 단어는 사회와 이웃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만의 이익,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뜻합니다. '노키즈존', '노시니어존'과 같이 최근 한국은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해지고 있는데요. 언뜻 보면 이는 개인의 '배려심 부족'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사회문제에 가깝습니다. '이기주의'는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 중 발생한 경쟁 중심 사회구조, 성과 중심 문화 등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부산물이기 때문인데요. 이 같은 현실에서 한국인의 '정'문화는 사치가 된 지 오래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런 사회에 경종을 울리듯 날 선 이기주의보다 친절의 부드러운 힘을 보여줍니다. 6화에서 애순이와 관식이는 불의의 사고로 셋째 아들 동명이를 잃게 되는데요. 갓 피어난 새싹이 세상의 온기도 느낄 새 없이 그렇게 황망하게 아이를 잃은 둘은 끝없는 상실에 빠집니다. 그 사이 동네 사람들은 슬픔에 빠진 그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고기, 생선, 쌀 등의 따듯한 정을 부엌에 내려놓고 가곤 했는데요. 애순이는 동네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됩니다.
"사름 혼자 못 산다이 고찌 글라 고찌가, 고찌 글민 백 리 길도 십 리 된다" 이는 "같이 가라 같이 가 같이 가면 백리 길도 십리 된다"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데요. 만약 작품 속 인물들이 이기주의의 태도로 자신의 행복만을 우선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정은 조용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인 것 같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마케팅의 신선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먼저 아이유와 박보검이 드라마 홍보차 가요무대에서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듀엣을 선보였습니다. 대중들은 ”뮤직뱅크도 아닌 가요무대라니,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 ”작품 속에서 애순이와 관식이가 뛰쳐나온 것 같다 “와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밖에도 애순이가 되어보는 ‘백일장 행사’, ‘제주 할망들의 폭싹 속았수다 리액션 영상’까지 드라마에 몰입을 도와주는 행사들이 있었는데요.
위의 마케팅들은 대부분 작품의 몰입을 도와주고 또 작품 속 인물들이 실제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생함을 강조한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저는 폭싹 속았수다 ASMR 콘텐츠를 제작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드라마 ASMR’을 검색을 해보면 드라마 장면을 재현한 ASMR들이 있는데요. 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그 드라마 속에 주인공이 된 듯한 혹은 그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옵니다. 많은 장면 중 저는 가장 상징적인 ”유채꽃 밭“ 장면을 배경으로 기획하여 시원한 바람소리 꽃길 사이를 걸어 다니며 나는 옷감의 사부작 거리는 소리를 담을 것 같습니다. 잔잔하게 가사 없는 폭싹 속았수다 OST를 깔고 사이사이 대사 소리를 작게 넣을 것입니다.
실제로 썸네일을 만들어보았는데요. 둘의 서툴지만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제목을 적어보았습니다. 유채꽃 밭뿐만 아니라 광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애순이에게 전복을 구워주던 장면도 ASMR로 기획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타닥타닥, 전복이 구워지는 소리 그리고 사이사이 들려오는 광례의 당부가 흘러나오는 영상을 제작할 것 같습니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저는 광례가 애순이 친할머니를 마중 나오며 '소풍이셨소, 고행이셨소'라고 물어보던 장면에서 문득 소풍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17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장례식장 벽에 붙어 있던 천상병의 '귀천' 시를 멍하니 바라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인데요.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소풍'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별점: ★★★★★(5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