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미래의 운전자를 만났다
—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바라보며
아침 공기가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출근길, 늘 그렇듯 차 시동을 걸고 의자에 몸을 기대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과연 언제까지 우리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살아가야 할까?”
그 질문은 이상하게 마음을 오래 잡아끌었다.
마치 누군가 곁에서 귓속말을 하듯,
“그 답, 오늘 알게 될 거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도로에 차들이 끝없이 흘러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늘 판단한다.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고르고, 횡단보도 옆에 선 아이를 살피고,
뒤에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조심하며 —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운전이라는 행동이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는 이 ‘판단’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한다.
차는 앞뒤 차의 속도를 읽고, 보행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복잡한 사거리에서 우회전 타이밍을 스스로 잡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것을 ‘자율주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름보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이 보여주는 인간의 상상력이다.
우리가 걷던 길, 뛰던 길, 헤매던 길을
이제 기계가 ‘생각하며’ 함께 걸어준다는 사실 말이다.
얼마 전, 나는 이런 기술이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지 직접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복잡하기로 유명한 대도시 중심부,
차선은 촘촘하고 신호등은 셀 수 없고
사람·오토바이·차량이 얽히고설킨 바로 그곳이었다.
나는 단지 목적지만 입력하고 시트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러자 차는 부드럽게 출발하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걱정 말고, 그냥 앉아 있어. 내가 알아서 갈게.”
좁은 골목을 지나며 상대방 차가 들어오자 속도를 줄여 양보했고, 정체 구간에서는 매끄럽게 거리를 유지하며 흐름을 타고, 오토바이가 스치듯 지나가자 차선의 중심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모습은 마치 운전을 오래 배운 노련한 기사를 보는 듯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율주행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태도가 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모든 장면이 완벽한 건 아니었다.
자율주행차가 가장 어려워하는 건
인간의 예측 불가능함이었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비정상적으로 멈춰 있는 차,
센서를 가리는 비·흙·물방울,
잠깐의 장난처럼 보일 수 있는 고의 방해 행위까지.
인간에게는 “저건 좀 위험하네”라고 본능적으로 판단되는 상황들이
기계에게는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다.
아무리 학습해도, 도로 위에는 늘 ‘예외의 순간’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기계는 수천 가지 패턴을 외웠지만
세상은 수만 가지 변수로 움직인다.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사실이 뚜렷했다.
나는 그날 돌아오는 길에 오래 생각했다.
도대체 이 기술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어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기술이 아닌 사람을 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도로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좁은 골목, 갑작스러운 보행자, 예측 어려운 오토바이 흐름 —
이런 현실을 학습한 ‘한국형 자율주행’이 필요하다.
센서의 다양성을 확보해 예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카메라만의 눈이 아니라
보조적인 다른 ‘감각’을 가진 차가 더 안전하다.
운전자와 기술이 협력하는 UX를 만들어야 한다.
완전 자동화가 아니라
“운전자와 기술이 함께 운전하는 시대”가 먼저 열려야 한다.
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해지는 시스템(OTA·Over-the-Air 업데이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이 필요하다.
기술은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는 생명체처럼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하던 일들이
이제 도로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자율주행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미래의 운전자가 되고 싶은가?”
“기계에게 운전을 맡긴 자리에서, 당신은 무엇을 꿈꾸고 싶은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미래의 운전은 핸들을 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길을 다시 그리는 일이다.”
당신도 언젠가 그 길 위에서
차가 말없이 안내하는 새로운 삶의 리듬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모두 ‘미래의 운전자’가 될 것이다. -낭만기술사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