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승인된 약, 늦게 멈춘 위험: 레줄린 사태

신속 승인된 약물의 사후 취소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

by 영초이
일단 이 사람을 살리고 보자.

치명적인 질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약을 빨리 출시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속도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은 배제가 되면 안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를 살리고자 속도를 선택했던 것이 치명적인 사망 사건을 야기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레줄린(Rezulin)이라는 약이 있다.



급증하는 당뇨병을 억제하기 위한 신약

Type 2 Diabetes (CC BY-SA 3.0)


1990년대 후반, 제약 규제 환경의 중심 키워드는 속도와 접근성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논리는 환자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이 빠르게 확산될 때, 이 확산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논리였다. 이러한 질병 중 하나는 당뇨병이었다. 당시 고령화,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인구의 증가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문제는 환자 수만이 아니었다.


기존 치료법은 빠르게 늘어나는 환자군의 복잡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제2형 당뇨병 치료의 기본 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식이/운동 요법,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약물, 그리고 인슐린 투여였다. 이 치료법들은 분명 효과가 있었지만, 한계 또한 명확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치료는 당뇨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혈당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왜 몸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단순히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약이 아니라, 질병의 메커니즘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바로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었다. 레줄린(성분명: 트로글리타존)이었다. 레줄린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새로운 기전을 가진 약물이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혈당 조절 효과는 분명했고, 임상시험 결과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규제기관은 이 약을 신속 승인했고, 이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치명적인 간 손상을 예상하지 못했다

Rezulin.JPG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비극은 시판 직후, 대규모 처방이 이루어지면서 시작되었다. 임상시험 단계의 제한된 표본에서는 포착되지 않았던 간 기능 이상 사례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하나둘 보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에는 피로감이나 단순한 수치 상승 등 드문 부작용처럼 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양상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단순한 염증 반응을 넘어, 레줄린 투여 후 간 조직이 급격히 파괴되어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는 치명적 간부전 사례들이 데이터로 축적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은 생존을 위해 긴급히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고,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비극적인 사례들이 공식적으로 보고되었다. 이 시점에서 레줄린의 위험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분명한 임상적 재앙이었다.


즉, 레줄린의 위험성은 시판 후에야 명확해졌고 대응은 늦었다. 신속 승인의 장점은 분명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후 관리 체계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2000년, 승인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레줄린은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되었다.




이 사건이 바꾼 것들


레줄린 사건 이후 규제는 또 한번 바뀌었다. 빠르게 승인한 약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속 승인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이후를 감당할 구조가 없었던 것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 시판 후 안전성 모니터링 체계가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신속 승인 약물에는 더 엄격한 조건이 붙었다. 충분한 기간에 안전성 평가가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 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정기적인 안전성 보고, 실제 진료 환경에서의 데이터 수집, 특정 부작용에 대한 집중 감시가 요구되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용 제한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정비되었다. 약은 허가 순간이 아니라, 사용되는 전 기간 동안 평가와 심사 대상이 되어야 했다.


또한 신약의 경우에는 처방의 범위를 좁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신속 허가된 약물의 경우에는 미충족 수요가 뚜렷하다. 치료방법이 없거나 제한된 환자에게는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다만 약물을 절실히 필요한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1999년 6월, FDA는 초기 단독 요법으로도 폭넓게 쓰이던 레줄린을 사실상 2차 또는 3차 치료제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다른 당뇨병 치료제로는 도저히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처방 지침을 엄격히 수정한 것이다. 이러한 제한적인 사용을 통해, 부작용을 감수할만한 치명적인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약물은 허가 시점이 아니라 시장에서 사용되는 전 기간 동안 끊임없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다.




빠른 승인 자체는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그 속도을 억제할 수 있는 감시 체계가 없다면 위험은 환자에게 전가된다. 신약은 시장에 나오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다.


레줄린 사건은 오늘날 신속 승인 제도가 유지되면서도, 동시에 까다로운 사후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이유가 되었다.


신약 허가와 승인은 시작일 뿐이며, 투여한 환자가 있는 한 끝이 없이 추적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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