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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MBTI? 응, 정상이래

<당신이 몰랐던 MBTI>

by 무아노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 심심하다는 친구의 연락이 왔다. 놀자는 직접적인 말은 없었지만 나는 '저런, 난 할 일이 많단다.'하고 돌려서 거절했다. 뭘 하느라 바쁘냐고 묻길래 소설 쓰기, 번역, 책 읽기 등을 나열했다. 그러자 친구는 '너 완전 J 네.'하고 나의 계획을 이해해 주었다.

사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혼자 세운 계획이면 미루고 놀아도 되지 않나 싶을 수 있다. 연락을 했던 친구도 예전엔 퇴근 뒤 그냥 맥주 한잔 같이 마시러 갔었기에 제안을 했을 거였다. 그땐 MBTI가 유행하지 않았지만 친구와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P였던 나는 이제 계획적인 J가 되어 있었다.


사주, 별자리,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물론, MBTI와 같은 심리검사도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다."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하지만 "개과천선" 하는 것도 사람이니까 말이다.(나쁜 사람이 변한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완전히 달라짐을 뜻함)

사람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변화하는 동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성격 유형을 고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또 안 믿는 유형이 있다고 알려주는데, 이것 참 벗어날 수가 없다.

나를 알고 너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는 MBTI에 대해 여러 가지 책이 있었다. MBTI별 공부법, 독서법, 소통법. 하지만 그전에 MBTI, 그 자체를 알고 싶어서 『당신이 몰랐던 MBTI:나와 너로 우리를 그리는 법』을 읽게 됐다.


MBTI는 어머니 브릭스, 딸 마이어스에 의해 탄생했다.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 심리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마이어스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적 검증을 추가하려 노력했다.

이제는 시간이 더 흘러 전문성을 갖췄을 테니 이와 관련된 건 문제가 되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그건 바로 사람을 16가지로 규정했다는 건데, 이와 관련한 작가의 반론은 이렇다.

"MBTI는 선천적 선호를 찾아가는 검사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기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자신을 맞추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성인이 되는 동안,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겪은 사람, 일을 통해 선호는 바뀔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MBTI는 단정적인 것이 아니며 T에서 F, J가 P로 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과가 바뀌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보이는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다.

"외향(E)은 '인싸', 내향은 '아싸', 감각(S)은 숫자만 보는 사람, 직관(N)은 뜬구름 잡는 사람, 사고(T)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감정(F)은 우유부단한 사람, 판단(J)은 계획만 중요한 사람, 인식(P)은 게으른 사람이란 표현이 넘쳐난다."

한국MBTI연구소에서 일하는 작가는 정답이 없는 것에 마치 있는 것처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심리 검사는 내가 뭘 더 좋아하는지 알려주는 도구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는 타인에 대한 이해로 넓어질 수 있다. MBTI가 만들어진 것도 큰 전쟁을 두 번이나 겪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지, 나와 타인을 단정 지어 한계를 만들고 배척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친구가 J의 특성으로 날 이해한 것처럼 나 역시도 친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별 관심 없는 도구라 해도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데 굳이 '규정짓지 말'라고 할 이유는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의 활용은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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