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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노화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50대 생존 이야기 : 신체 변화 편

by 김인걸


우리는 생각만큼 우리를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즐겨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최초로 말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신전 내부에 새겨져 있던 말이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무지를 철저히 깨닫고 겸손한 자세로 참된 지혜를 배우라.’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저는 그것에 더해 문구 그대로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자께서는 안다는 것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이라고 하셨습니다.


심리학에 ‘메타인지 Meta認知’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알고 있다고 느끼면서 설명할 수 있으면 지식이지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설명하지 못하면 가짜 지식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매일 사용하므로 자동차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동차가 고장 나면 우리는 정비소에 갑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세상에서 자신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을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 실수의 원인이 됩니다. 모른다고 생각하면 배울 태도를 갖게 되는데 알고 있다고 믿으면 배우지 않습니다. 50년 이상을 살았으니, 인생을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 인식이 꼰대로 불리는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알고 있는 것과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저는 5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지금은 40대 후반부터 달라진 신체의 변화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40대 후반에 갑자기 저하된 신체 기능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잘 사용하던 최신 승용차가 갑자기 20년 전의 중고차로 바뀐 듯한 느낌입니다.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변화는 노안입니다. 갑자기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력 측정하면 좌우 시력이 1.0 이상 나오는데도 정작 작은 글씨가 안 보입니다. 특히, 카톡이나 문자를 읽는데 불편합니다. 갑자기 휴대폰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 불평합니다. "아니, 보통 사람도 읽기 어렵게 글자 크기를 이렇게 작게 하면 누가 읽어!"라며 짜증을 냅니다. 결국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돋보기를 회사, 집, 차량에 놓으려고 2~3개 삽니다.


갑자기 머리숱이 적어지고 이마의 양쪽에 머리가 없어지면서 소위 M자형 탈모가 시작됩니다. 머릿속은 인생의 지혜와 경험으로 꽉 차 있지만, 탈모 때문에 소갈머리(속 안 머리) 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뜨거운 바람 대신 찬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고, 광고에 나오는 탈모 예방 샴푸를 사용하며, 가끔 고액을 들여 미용실에서 두피케어를 받습니다. 효과는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비염이 생깁니다. 하루 종일 기침과 콧물로 고생합니다.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1주일 고생하면 병원에 갑니다. 받은 약을 먹으면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재발합니다. 그때부터 비염에 좋다는 차나 과일을 먹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지만, 증상이 완화될 뿐 완치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1년에 2번, 환절기 시즌에는 비염이 아주 세게 찾아옵니다. 일주일에 1~2번 사레에 들립니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갑자기 발생합니다. 30대 시절, 어른이 사레들릴 때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내가 이해 못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레들릴 때 고통도 심하지만 분출된 음식물이나 물 때문에 주변에 불편함을 줍니다. 중요한 자리에는 긴장하고 음식이나 물을 줄이는 방법이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머리를 떠나 목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우선 통증부터 살펴보면 목디스크, 어깨 통증, 허리 디스크, 무릎 통증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허리 통증은 숙면을 방해하여 침대에서 뒤척이게 됩니다. 얼굴과 몸, 발에 피부염이 생깁니다. 그래서 50대는 무조건 연고와 친해져야 합니다. 자다가 화장실을 2~3번 가게 됩니다. 대소변 때문에도 화장실을 자주 갑니다. 무엇보다 대변이 급하게 찾아옵니다. 잠들기 전까지 1~2시간 뒤척거리는 불면증이 생깁니다. 빗소리, 파도 소리, 장작 소리 등 도움이 될 만한 ASMR을 틀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집니다. 가끔 어지러움을 느끼고 주저앉게 됩니다. 기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운동 능력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몸에 힘이 없습니다. 평소에는 무시했던 보약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땀도 많아집니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얼굴에 땀이 순식간에 대량으로 납니다. 손수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과학자는 원인을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30대에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부터 감소하다가 50대에 30~50%, 60대에 40~60% 감소가 원인이라 합니다. 고작 호르몬 감소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모든 사람이 겪는 변화라는 점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신체 변화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래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지금은 매일 아침 스트레칭, 충분한 수면, 식사 후 산책, 과일과 채소 섭취 늘리기, 인스턴트 음식 줄이기 등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습관을 만들면 평소와 똑같이 할 것 다 하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 수치 변화는 자연의 법칙이지만, 노력은 내가 할 수 있습니다. 괜히 주변사람에게 짜증내거나 불평/불만해서 갱년기라는 소리 듣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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