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 시카고 심포니 가다 (1탄)

이 세상에 특별한 세일은 없다

by Dami

한 번도 클래식 공연을 가본 적 없어

인생의 버킷리스트라던 Hair Jun 원장님을 모시고

시카고 심포니 2026년 신년 콘서트 시리즈 중 하나인 영화 콘서트를 보러 갔다.


클래식이 처음인 사람에게

전통 콘서트는 자칫 졸릴 수 있으니,

영화를 보며

영화 속 음악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듣는 형식의 콘서트


오늘의 영화는

〈2001: Space Odyssey〉.


영화 음악 녹음으로 유명한

시카고 심포니를

직접 듣는다는 생각에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괜히 설렜다.


그런데…


앗불싸.

sticker sticker


우리 좌석 앞에

기둥이 하나 서 있었다.

아주 크~~~~고

아주 당당하게.

중요한 화면은

기둥 뒤로 완벽히 실종됐다.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옆으로 내밀어 보니

앞줄이 앉은 나와 같은 처지의 여자가

목을 최대한 늘린 채 버티고 있었고,

그 결과 보이는 건

영화가 아니라

그 여자의 뒤통수였다.



결국 우리는

영화는 상상으로 보고,

음악은 귀로만 들었다.

화면은 기둥이 담당했고,

우리는 목과 집중력을

번갈아 사용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가 기다리던

요한 스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끝내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현 긁는 소리와

합창단의 정체 모를 괴성,

피콜로와 피리의 귀신 곡소리만

30분째 이어졌다.


우주를 묘사한 음악이라지만,

조각난 화면 너머로

우주 비행사 발끝만 보며 듣는 우주는

경이로움보다

소름이 먼저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세상엔

특별한 세일은 없다는 걸.


값이 싸면 이유가 있고

(사실 싼 것도 아니다.

저 좌석은 1인 222달러/현 환율 34만원),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면

받기 전에

좌석 배치도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확인해도

인생도, 공연 좌석도

가끔은

기둥이 옵션으로 딸려온다.


이 세상엔

특별한 세일은 없다.

sticker sti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