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맨, 시카고 심포니 가다 (2탄)

가끔은 뻔뻔함이 필요

by Dami

모든 클래식 콘서트에는 인터미션이 있듯

이 영화도 다행히 인터미션이라는 명목으로

잠시 숨 쉴 틈을 주었다.


소름 돋는 소리만

한 시간 반째 듣고 있자니

이건 감상이 아니라 거의 수행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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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러 온 원장님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클래식 입문 첫날에

이 정도면 거의 신고식이다.


모시고 온 내가 죄책감을 느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눈은 무대가 아니라

빈 좌석을 훑고 다녔다.


사람들은 가끔

인터미션 틈을 타

앞쪽의 비어 있는 좌석으로 이동한다.


그동안 수많은 콘서트를 다니면서도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짓을 해 본 적이 없다.

왠지 이건

이코노미 표를 들고

비즈니스석으로 슬쩍 옮겨 앉는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장면 같아서.


그런데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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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만 듣는

전통 콘서트였다면

차라리 눈을 감고 명상이라도 했을 텐데,

화면을 봐야 하는 영화 콘서트에서

기둥과 뒤통수 사이를 오가며 감상하는 건

명백한 인권 침해였다.


그래서 태어나 처음으로

뻔뻔함을 실행에 옮겼다.

버킷리스트를 들고 온

클래식 새싹 원장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일탈은 미담이다.


어머나.

시야가 다르다.


세상이 갑자기 넓어지고,

화면은 또렷해지고,

아까 그 현 긁던 소리마저

“아… 그래서 이 음악이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완전히 다른 2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클라이맥스.

드디어

내가 아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곡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의 흥분과

물밀 듯 밀려오는 감동이란.


좌석을 안 옮겼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억울함을 곱씹고 있었을 것이다.


인생이 늘 정석대로 풀리진 않는다.

가끔은

예의 바른 인내보다

조심스러운 뻔뻔함이

필요한 날도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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