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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 2

주식, 투자, 자신만의 가치

by 은림

2023년에 일을 시작하지 못해도 시초금으로 금을 사두었다면,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금 대신 별 가치가 없는 다이아몬드 테니스팔찌를 졸업작품으로 만들었고, 5년 동안 즐거웠다.

부자가 되긴 글렀다.


벼락치기로 주식과 투자를 공부해 놓고 투자금 약간을 주식 계좌에 넣은 다음, 주식을 사지 않고 꽃반지 가격등락만 주시했다. 자기 개발서를 읽으며 투자책도 몇 권 읽었는데, 애초에 습관이 잘 못 되었고, 성향 또한 투자 방향으로는 흐르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지금 '나'인 채로는 일단 어렵다.




주식 계좌가 있다는 것은, 내가 주식을 해본 적이 있다는 거다. 주식 계자를 트는데 '계좌 트기'라고 써놓고 5년이 걸렸다.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에 가야 했다. 지금은 토스에서 다 해준다.) 첫 주식을 산 것은 그로부터 3년쯤 후다. 주식을 판 것도 아마 2년쯤 후다. 정말 고역스럽게, 전 과정을 해보았다. 아날로그 인간에게 만져보지도 않은 숫자는 인지되지 않는다. 디지털 디자인으로 기계와 숨 쉬며 먹고살았고, 컴퓨터 조립도 혼자 할 줄 알았지만 그 분야 역시 문외한이다. 직접 일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외에 세상을 잘 모른다.

다행히, 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


사람들이 주식으로 울거나 웃고 있을 때 주가를 들여다보고 할 일 목록에 '주식 구입'이라고 쓴 다음 두 달쯤 미루다가 10주를 샀다. 그리고 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숫자에는 관심이 없고 잘 인지도 되지 않는다. 보석 사진을 10000장 보고 살까 말까를 100번 고민할 동안, 주식은 두 번 고민하고 창을 닫고 또 두 달 뒤에 두세 번 보다가 마지못해서 숙제처럼 샀다.

정말로 재미가 없었다. 예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너무 모르고 있는 건 곤란했다. 나는 작가고, 최소한의 세상은 알아야지 뭐든 이야기를 쓸 것 아닌가. 적어도 잘못 쓴 것을 검토하거나 교차 검증하거나, 소재를 쓰고자 하면 견해를 가질 지식 정도는 있어야 한다.

참참, 주식을 거래하면 거래 수수료를 내야한다. 해외 주식은 수수료가 더 비싸고 매매시기에 따른 환차도 있다. 그리고 팔아도 바로 돈을 인출할 수 없다. 국내는 영업일 2-5일 사이, 해외는 3-7일 사이였던거 같다. 톤장에 돈이 있는데 인출할 수 없어서 몇번 실패후 단념하고 몇달 뒤에 찾았다. 주얼리나 환자나 우리의 증세는 뭐, 큰 차도가 없다.


주식을 팔 때는 반드시 빨간색일 때 병원비가 필요하거나 보석을 사고 싶을 때, 혹은 장난감을 살 만큼의 수익이 확실히 났을 때였다. 팔아서 이윤으로 목적한 것을 사고 원금을 다시 저축하거나 병원비로 썼다. 3년 예금을 찾으면 이자 일부로 보석을 사고 가족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재예치했다. 그렇게 잘 묻어둔 돈들은 가족이 아플 때마다 큰 힘이 되었다. 병원비를 아까워하지 않으면 품위를 지킬 수 있다. 돈을 아끼면 돈을 더 벌려고 고된 직장을 버텨내지 않아도 된다. 반려가 과로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집의 품위 유지는 멋진 차와 큰 티브이, 안마기, 브랜드 옷이 아니라 가족의 노고와 걱정을 덜어주고 쾌적하고 즐거운 시간에 오래 머무는 것이다.


이렇게 운이 좋은 시간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가 재테크에 달려 있는데, 집안의 자산관리자로서 너무 모르고 게으르고 방탕하게 있는 것은 아닌가 문득문득 불안감을 느꼈다. 친구들은 아이를 기르고 복직했거나 조금 급이 낮은 새 직장에 경력 같은 신입으로 입사했다. 나는 그냥 집에 있었다. 조금씩 아이디어를 메모한 것들이 쌓인 기획서를 둘러보았다. 실행하기 마땅치 않거나 이미 늦었다.


다행인 것은 성공이나 이익을 바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다는 거였다.


과거, 남들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할 때 나는 나에게 투자했다. 작업을 하고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단가 5000원짜리 에코백 1000장을 찍어내며 같이 작업하는 친구는 '다 팔면 오백만 원짜리 명풍 가방을 사고, 안 팔려도 500만 원짜리 자작 브랜드 가방을 만들었다'고 만족했다.


우리는 가오가 있었다.(묵념)


작가들은 정말 최소한으로 살 수 있다. 식비와 교통비 책을 집필할 시간 장소(!) 책을 빌릴 도서관이면 충분하다. 작품을 판 돈으로 건강을 지키고 약간의 품위유지비와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생긴다면 성공한 작가다. 정말 유명한 작가들은 강남과 평창동에 집을 사고 가족을 건사한다는 풍문을 들었다. 그들은 출판계의 유니콘이다.



성공이나 이익을 바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지만, 수입 없이 생존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돈 없이 육아를 하며 가족을 보필하기는 더 어렵다. 많은 짐을 반려가 지고 있고, 활동성을 잃을 만큼 건강이 나빠진 채로 독박육아를 하며 내 입에 밥 한 숟갈을 넣기 어려울 때, 수입이 한 푼도 없는 게 당연할 만큼 일이 치여 있을 때 가장 심리적으로 망가져있었다.


반려가 남성이어서 더 좋은 일에서 더 오래 버티는 것을 어마어마하게 질투했다. 가부장제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면 더 많은 권력과 짐을 떠안는다. 우리가 가축을 먹고 자연을 착취하면 그에 대한 반작용과 양심의 책무가 뒤따른다. 우리가 인간인 이유는 양심이다. (그리고 요담록에 썼듯이 인간이 인간이 아닌 순간들은 엄청나게 많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am-horrors)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만들고 버는 것 만이 가치가 있다. 내가 집에서 아기를 기르는 것은 세상 무쓸모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수퍼우먼으로 일 육아 가족챙기기 재테크 외모관리 품위유지까지 전부 해내고 있었다. 나는 그들도 질투했다.




주식과 재테크에 관해 불안을 느끼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모르는 단어를 물어보고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게 다른 매체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제스처와 반응으로 무엇을 모르는 지를 감지하거나 이해 못 한 부분을 다시 설명해 달라고 납득 가능할 때까지 서로 의견차를 좁혀가는 과정은 주식 책 한 권을 욱여넣는 거보다 이해도가 높았다) 배웠다. 이제 인공지능이 많이 도와준다. 글도 써줄 거 같다. (써준다)

어느 작가는 기계에게 집안일을 해주고 글을 쓰려고 발명을 했는데 기계들이 글을 쓰고 인간이 설거지한다고 하소연했다. 인간의 몸이 가장 저렴하고 어느 직무에서건 변형가능하며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원초유기체'(내가 지금 만든 단어다)이다. SF 소설에서 인공자궁은 아주 오래전에 남녀평등의 코드로 등장했으나, 실제로 타인의 아기를 임출산하는 위험을 떠안은 건 제3 국가의 빈민 여성이다. 기계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너무 끔찍하다.



사람마다의 목표가 있고 가치 방향이 있는데 내 목표가 부자인 적은 없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 복이기도 하다. 당장 오늘을 해결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순간들이 있다. 차비가 없어서 미팅 비용이 염려되어서 정장 마련 비용이 없어서 사람을 만나고 외주를 받고 이력서를 내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사람과 부대끼는 것이 너무 고역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며 집안만으로 활동영역을 줄이고 최소한의 식비로 이부자리만큼의 운신 폭으로 지낸 시간도 있었다.


아기를 기르자니 어휴, 그런 삶은 물 건너갔다.


20대의 다섯 배로 열심히 살아내야 했다. 건강을 잃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제 뭐 아이들의 시간이다.

좀 물러나 줘야지 아이들이 힘을 시험할 거 아닌가. 우리는 아이들이 실패했을 때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을 정도의 건강과 일을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도 많이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느냐면, 정말로 다행히 많지 않다. 잘 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했고 견디기 어려우면 도망갔다. 기준은 병원에 들락거리면서 일에 소홀 해짐이었다. 며칠 일을 쉬겠다고 해도 된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럴 수 있는 직장들도 아니었다.


나는 자원의 활용을 잘 못했고 젊음을 쓰는 법을 몰랐다. 내게 맞지 않는 옷같이 아주 불편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좀 몸에 맞는다. 무엇보다 시간이 한정되었다는 것이 편안하다. 젊음은 막막한 시간과 갖지도 못할 무수한 기회와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길도 방향도 알려주지 않았다. 젊음은 고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과 욕심이다.

뭔가를 수행해야 하고 이루어야 할 때, 이것이 없다면 전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금으로 이익을 보았다면 금을 살 의욕을 내거나 욕심을 내고 움켜쥐어야 하고, 제때 놓아야 한다. 이 순간을 아주 빠르게 해내면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런 기회의 순간들이 올해 벌써 몇 번을 스쳐갔다.

하지만 이미 다들 아신다. 금대신 아름다운 것을 샀다. 이전 팔찌를 분해한 재료와 다른 사용하지 않은 고금을 처리해서 실제로 돈을 쓴 금액은 많지 않다. 가진 실물 금이 있었고 맞바꾼 것과 다름이 없어서 이익도 손해도 아니다. 그리고 아마 또 5년쯤 아주 아름다운 것을 즐기며 소유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내 금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모르는 이야기에 마무리를 짓자니 안다는 사람들의 말을 빌어온다.

주말 기사들은 금값은 내년에 지금의 5/1 상승해 있을 거라고 예견하고 있다.

금속 투자자들은 은의 호재를 예견하고, 금과 비등한 가격을 누린 백금과 순금의 가격 폭이 커서 예의 주시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투자품목은 흐름과 발전에 따른 손실의 위험을 경고했다.(토스 ETE약관 안 읽으면 다음 단계 안념겨 줘서 종목마다 읽어보았다)


모험을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나는 하등 무쓸모한 보석을 사들이고 어떤 보석은 첫 구입가의 10배에 되팔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돌을 쥐고 보내지 않았다. 금을 팔고 사고 빠르게 움직이면 이익을 낼 시기에 뱅글 팔찌 업그레이드를 맡겨 놓고 보석에세이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뜨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같이 힘이 좀 난 거 같기도 하다. 코로나 침채기를 겪으며 드디어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시간과 방향으로 살기 시작한 것이 (그렇게 사는 게 일상이다) 좀 안도감이 들었는데, 지루했다. 역시 생명력은 날뛰는 맛이다. 그게 내가 아니어도 된다.




재테크의 시작이 궁금하신가요? 저도 궁금합니다.....

다른 욕망은 모르겠고 우선 반짝이는 걸 사려면 돈이 필요한데요... 까악 까악.

2026 트렌드는 자신만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라고 합니다. 이것은 덕후들의 덕목이지 일반인의 덕목이 아니어서 개개인의 고립화가 더욱 강해지고 사회성이 떨어질 거라고 합니다. 해서, 사회 공동체로 포섭하는 사업이 큰 과제라고 합니다요. 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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