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매운 거 못 먹어요
저는 매운 거 못 먹어요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입으로 숨을 스읍스읍 들이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떡볶이를 먹는다. 거짓말쟁이들~~~ 잘 먹는구먼.
김치를 먹어보라고 할 때도, 제육볶음을 먹으라고 할 때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보통 매운 음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매운맛을 상상한다. 하지만 한식의 매운맛은 좀 다르다.
한식에서 매운맛은 단맛과 조화가 잘 되어 매콤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떡볶이는 한국사람들의 소울푸드이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먹어 왔던 추억의 음식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떡볶이가 한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인기가 많다.
이곳 사람들, 최소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한국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떡볶이가 친근하다. 여기서도 인기음식인 건 확실하다. 내가 행사할 때마다 호떡과 더불어 열심히 떡볶이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음식수업에서도 떡볶이는 초급 수준의 음식이 되었다. 그만큼 여기서도 대중화(?)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는 어느 한국식당에 가서도 떡볶이를 먹을 수 있다.
사실 옛날 떡볶이의 모습은 지금의 떡볶이와 다르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떡볶이가 으레 빨갛고 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떡볶이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맵지 않은 떡볶이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원래 떡볶이는 간장에 고기와 채소를 떡과 같이 볶아서 먹는 간장 떡볶이였다. 조선말기에 편찬된 조리서 ‘시의전서'에 보면, 떡볶이는 흰 가래떡과 등심, 참기름, 간장, 파, 버섯 등을 함께 볶아 만들던 고급스럽고 영양가 높은 궁중음식이다.
지금의 고추장 떡볶이는 1953년 6.25 전쟁이 끝난 후 신당동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던 마복림 할머니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마복림 할머님이 이웃에서 돌린 개업식 떡을 먹다가 실수로 짜장면 소스 위에 떨어뜨렸는데 짜장양념이 묻은 떡이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그래서 고추장으로 맛을 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를 신당동에서 팔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금 우리가 먹는 떡볶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자, 그럼 떡볶이를 한번 만들어볼까?
음식을 만들 때 내가 늘 강조하는 게 있다. 음식 할 때 중요한 것들, 육수, 그리고 양념의 비율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어려운 레시피는 안 된다. 만들기 전에 수강생들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오늘은 2-2-2-2-2만 기억하세요.
떡볶이를 할 때는 먼저 물 3컵에 다시마와 대파를 넣어 육수를 낸다. 요즘 나온 육수 한 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양념으로는 간장 2, 설탕 2, 고춧가루 2, 고추장 2, 물엿 2 만 준비하면 된다. 2-2-2-2-2이다. (단맛이 싫으면 설탕량 조절, 매운맛 싫으면 고춧가루 양 조절하면 된다) 그리고 양배추, 파는 적당히, 어묵 5장, 떡 500g을 준비한다. 끓는 육수에 양념과 재료를 다 넣고 떡이 익을 때까지 끓여준다. 재료가 다 익었으면 불을 줄이고 약한 불로 5-10분 정도 더 끓여준다. 그다음 불을 끄고 조금 기다린다. 양념이 떡에 배는 시간이 필요하다. 떡볶이를 해서 바로 먹는 것보다는 약 30분 정도라도 기다렸다 먹으면 훨씬 맛있다. 떡볶이를 많이 하다 보니 생긴 노하우이다. 길거리 떡볶이가 맛있는 이유는 미리 만들어 놓은 떡볶이를 계속 약한 불로 졸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대사관에서 떡볶이 만들기 대회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가르친 학생 3명이 대회 결선에 진출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떡볶이를 만들어냈다. 현지음식과 어울리면서 많이 맵지 않도록 로제 떡볶이 비슷하게 만든 학생도 있고, 기본 떡볶이에 다양한 재료를 추가한 떡볶이도 있었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 1등을 차지해 한국에 초청되어 가게 되어서 내심 뿌듯했다. 선생님 덕분이라며 나를 꼭 안아주며 꽃다발을 내민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음식들이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어쩌면 이곳이 가장 늦게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1개밖에 없었던 한국 식당에 최근에 6개로 늘어났고, 수도에 한 두 개였던 한국 식품점이 도시마다 생겨났다. 여전히 부족한 재료들도 많고 가격도 비싸지만 이들에게는 특별한 음식이기에 한식을 배우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동한다.
사실 떡볶이를 자주 하는 이유는 내가 떡볶이를 좋아해서다. 학생들을 핑계 삼아 자주자주 떡볶이를 만든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오늘도 나는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 매콤 달콤하게.
이 브런치북을 10화로 마무리를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