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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2

히든작가에서 진짜작가로!

by 윤슬

딸아,

히든작가에서 진짜 작가로 올라서는 이 순간,

그리고 네 이름으로 된 첫 책이 세상에 나오는 오늘,

엄마는 이 모든 일을 앞에 두고 마음이 벅차올라

몇 번이고 편지 첫 문장을 쓰다 멈추기를 반복했단다.


그동안 네가 얼마나 이 길을 꿈꿔왔는지 엄마는 옆에서 지켜봤어.

글을 쓰는 일이 때로는 고독하고, 때로는 외롭고,

또 때로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싸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네가 참으로 대견하고 또 고맙구나.


유난히도 길고 뜨거웠던 이번 여름,

단지 책의 완결을 향해 묵묵히 글과 씨름했지.

창문 밖엔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가득했는데

너는 그 열기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의자 앞에 앉아

단어 하나하나를 붙잡고 고민했었지.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가슴 한구석이 찡해졌단다.


문득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하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짧은 글 하나에도 고민하고 흘려보냈을 많은 시간들이 그때는 단지 ‘도전’이었다면, 지금은 ‘결과’라는 이름으로 돌아왔구나.


네가 히든작가에 도전한다고 했던 그날, 엄마는 사실 적잖이 놀랐어. 물론 네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공모전에 도전할 만큼 스스로를 믿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크게 다가왔거든.

‘우리 딸, 어느새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에 엄마는 마음속으로 뿌듯했단다. 그래서 엄마는 네 결정을 전적으로 응원했고 도전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성장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결과가 덜컥 ‘당선’이라니.

그 순간의 놀라움과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또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기저기 당선 소식을 알리고

친구들에게 당선턱을 내며 뿌듯해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출판사에 계약서를 쓰러 가던 날에는

마치 엄마 자신이 작가가 되어 계약하는 것처럼

가슴이 마구 뛰더구나.

사람이 행복하다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엄마는 그날 새삼 깨달았단다.


하지만 기쁨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잦아드는 법이지.

현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고

책은 여전히 완결되지 않은 채

너는 더 큰 부담과 책임을 짊어지게 되었지.

그리고 시작된 그 긴 여름…

너는 무더위와 싸우며, 불안과 싸우며,

스스로에 대한 기대와 압박 속을 묵묵히 걸어갔어.

책을 완결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네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스스로와 싸우고 있을지 알고 있었어.

그래서 엄마는

'내가 대신 써줄 수만 있다면…'

그런 마음을 수없이 품었는지 모른단다.


그리고 마침내 긴 여름이 끝날 무렵,

너는 원고를 완결했고

출간을 향한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며

결국 오늘, 이 아름다운 첫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네.


딸아,

정말,

정말 고생 많았다.

엄마는 네가 걸어온 이 모든 길을 떠올릴 때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단다.

이제 너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은 ‘작가’가 되었구나.


첫걸음을 내디딘 이 길은

때로는 순탄하지 않을 때도 있겠고,

때로는 생각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지도 몰라.

하지만 어떤 길이라도 괜찮아.

엄마는 너의 모든 걸음 하나하나를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할 테니까.

엄마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렴.

작은 것 하나라도,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엄마는 그저 행복할 뿐이란다.


꽃 피는 봄에 시작해

숨 막히던 여름을 지나

결실의 계절에 이렇게 멋진 열매를 맺었구나.

너의 계절을 너의 손으로 완성한 것,

그 자체가 이미 기적 같은 일이다.


다시 한번, 딸의 첫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도 또 오늘처럼 책을 출간하는 날이 오겠지만 그 많은 날 중에 첫 책 출간은 오늘 하루뿐이라 영원히 박제하고 싶어 이 글을 써본다.


영원한 나의 글지기로 함께하길 바라며 ~

- 엄마가 -

2025. 11. 13.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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