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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기술, 블록체인을 넘어 금융과 보안의 핵심으로..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

by 암호해독가


영지식증명 기술, 블록체인을 넘어 금융과 보안의 핵심으로

- 현직 리서처가 본 상용화 현주소


3줄 요약

영지식증명(ZKP) 기술은 이론을 넘어 금융, 보안 등 현실 세계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중

개인정보를 직접 노출하지 않고 특정 사실(예: 성인 여부)만 증명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

특히 데이터 유출 걱정 없는 '디지털 신원인증' 분야에서 가장 먼저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음


내 모든 개인정보를 넘겨주지 않고,

"나는 대한민국 성인이다"라는 사실만 깔끔하게 증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를 모두 제공하며 겪었던 찜찜함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처럼 데이터 주권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그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 ZKP) 입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이 어떻게 우리 삶을 바꾸고 있는지 최신 상용화 동향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영지식증명(ZKP)이란 무엇인가? (개념 이해하기)

영지식증명(ZKP)은 이름 그대로,

내가 가진 정보('지식', Knowledge)를

상대방에게 직접 공개하지 않으면서('영', Zero),

내가 그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Proof)하는 암호학 기술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리시나요? 쉬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친구와 '숨은그림 찾기 게임중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보통은 내가 찾고자 하는 그림을 찾았다!라고 하면서

그림의 위치를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친구에게 알려주죠?. (아래 그림)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숨은 그림(콧수염 아저씨) 옆에 무엇이 있는지, 무슨 색 바지를 입고 있는지?

가르킨 방향을 보고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버립니다.

(콧수염 아저씨 옆에 누가 있고,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예민한 상황)


여기에 ZKP 암호기술을 적용하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친구가 알고 싶어하는 것만 알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민감한 부분을 가리기 위해 그림 전체를 가릴 만큼 큰 종이를 가져옵니다.


그 큰 종이에 콧수염 아저씨가 겨우 보일 작은 구멍만 정확한 뚫어서 친구에게 보여준다면?


친구는 구멍을 통해 콧수염 아저씨를 직접 확인하게 되고,

그 그림의 다른 부분이나 그림이 어디쯤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 정보 등은 전혀 알 수 없죠.(아래 그림)

여기서 중요한 건

친구는 "네가 콧수염 아저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라는 부분이었는데,

게임의 조건은 충족했기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됩니다.


이처럼 ZKP는 '증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은 최소한의 정보가 원본 그 자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ex) 콧수염 아저씨를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안다는 사실 그 자체로만 증명)


이것이 바로 온라인에서 우리가 겪는 문제와 같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 원하는 것은 '내가 성인이라는 사실' 뿐인데, 우리는 그 증명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름 등 그림의 모든 부분을 보여주는 신분증 전체를 넘겨주고 있는 셈입니다.
ZKP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온라인상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자격이나 권한을 증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는 zk-SNARKs


영지식증명 기술이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기록이 투명하게 공유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곧 개인의 모든 금융 활동이 노출될 수 있다는 프라이버시 문제로 이어집니다.


누가, 언제, 얼마를 누구에게 보냈는지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대표적인 ZKP 기술이 바로 zk-SNARKs(Zero-Knowledge Succinct Non-Interactive Argument of Knowledge)입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Succinct(간결성) : 증명 데이터의 크기가 매우 작아, 스마트폰이나 PC에서도 부담 없이 빠르게 처리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덕분에 복잡한 계산을 거치면서도 사용자 경험은 쾌적하게 유지됩니다.

Non-Interactive(비상호작용성) : 사용자가 '증명하기'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여러 번 데이터를 주고받는 복잡한 대화 없이도 즉시 검증이 끝나는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zk-SNARKs블록체인 상에서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데 널리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코인을 보냈다는 사실을 블록체인에 기록할 때,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금액을 모두 숨긴 채 '이 거래는 유효하다'는 증명(Proof) 데이터만 남기는 것입니다.


이로써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수많은 거래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ZK-롤업' 기술로 발전하여 이더리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론을 넘어 현실로 : 최신 ZKP 상용화 동향

과거 학문적 개념에 머물렀던 ZKP 기술은

이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상용화되며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신원인증 (DID) : 가장 활발하게 상용화가 진행되는 분야입니다(최근 구글 월렛 등). 우리는 ZKP를 통해 특정 자격(성인, 특정 학교 졸업생, 특정 회사 재직자 등)을 증명할 때, 증명서 원본을 제출하는 대신 '자격 조건을 충족한다'는 사실만 담긴 증명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차세대 웹3.0 기술의 핵심인 '자기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을 구현하는 기반이 됩니다. 앞으로는 해외 호텔에 체크인할 때 여권 전체를 복사하는 대신, '성인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만 담긴 디지털 증명만으로 충분해질 것입니다.

금융 (Finance) : zcash나 프라이버시풀 등 ZKP 기반 솔루션을 통해 기업들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 내역을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블록체인의 장점인 투명성과 보안성을 활용하면서도, 거래 상대방이나 금액 같은 민감한 영업 정보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경쟁사에 영업 비밀을 노출할 걱정 없이,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게 됩니다.

블록체인 확장성 (Scalability) : 앞서 언급한 ZK-롤업 기술은 폴리곤(Polygon), 스타크웨어(StarkWare) 등 여러 프로젝트에 의해 상용화되어, 느리고 비쌌던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거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수수료를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류·공급망 (Supplychain) : 고가의 와인이나 명품이 정품임을 증명할 때, 중간 유통 과정의 민감한 가격 정보는 숨긴 채 '이 제품은 정식 경로를 거쳤다'는 사실만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투표·거버넌스 : 온라인 익명 투표에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라는 사실은 증명하면서도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완벽하게 비밀로 보장하여,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익명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계속 추가 예정)



현직 리서처가 보는 ZKP의 미래

저는 ZK리서처로 일하며 ZKP 기술이 이론적인 단계를 넘어 실제 금융 및 데이터 보안 분야에서 빠르게 적용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학계의 논문 속에만 존재하던 기술이 이제는 비즈니스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응용 분야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ZKP 기술이 가장 먼저 대중화될 분야는

데이터 유출 없이 특정 자격이나 요건을 증명하는 서비스라고 확신합니다.


온라인 주류 구매 시 성인 인증, 채용 시 졸업 증명, 금융 상품 가입 시 소득 증명 등 일상 속 거의 모든 인증 절차를 대체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를 관리해야 했던 기업의 부담과 리스크를 크게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영지식증명은 단순히 하나의 암호 기술을 넘어, 디지털 세상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것을 공개'하거나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극단적인 선택지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ZKP는 '필요한 만큼만 증명하고, 나머지는 안전하게 보호하는' 스마트한 신뢰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데이터 주권이 개인에게 돌아오는 진정한 웹 3.0 시대를 여는 핵심 동력으로서, ZKP가 만들어갈 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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