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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진입 전략: 수출, 라이선싱, 합작, 직접투자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좋은 제품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저희 제품은 정말 좋은데요, 해외에선 왜 반응이 없을까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늘 같다. “좋은 제품이 나쁜 전략을 구원할 순 없습니다.”


세계 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설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누군가는 ‘티켓을 사서’ 들어가고(수출), 누군가는 ‘공연장을 빌리고’(라이선싱), 또 다른 누군가는 ‘극장을 지어버린다’(직접투자).


이 세 가지는 단순히 진입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리스크·수익·통제력 구조를 바꾸는 선택이다. 즉, 해외 시장 진입 전략(Entry Strategy)은 “어디로 진출하느냐”보다 “어떻게 진출하느냐”의 문제다.


수출부터 직접투자까지, 네 가지 전략의 스펙트럼


해외 진출 전략은 보통 네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① 수출(Export) → ② 라이선싱/프랜차이즈 → ③ 합작투자(JV) → ④ 직접투자(Wholly Owned Subsidiary) 이는 리스크가 낮은 순서에서 높은 순서로 나열한 것이기도 하다.


1️⃣ 수출: 가장 빠르고 안전한 출발선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초기비용이 적고 회수 속도가 빠르다. 예컨대 BMW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전 세계로 수출하며 본사의 품질·브랜드 통제력을 유지한다. 다만, 운송비·관세·무역장벽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2️⃣ 라이선싱/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빌려주는 전략

기술·노하우·상표권을 현지 기업에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대표 사례는 이케아(IKEA)다. 중국에서는 배달·조립 서비스를, 인도에서는 소형 가구·채식 메뉴를 추가해 문화에 맞췄다. 리스크는 낮지만, 기술 유출·통제력 약화가 단점이다.


3️⃣ 합작투자(Joint Venture): 시장을 배우며 리스크를 나누는 길

현지 파트너와 공동 출자해 회사를 설립하는 모델이다. GM-SAIC의 합작은 중국 시장 진출의 교과서로 꼽힌다. 정치·문화·유통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나 이익 배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파트너 선정이 70%의 성공을 좌우한다.


4️⃣ 직접투자(Direct Investment):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강력한 선택

현지 법인 설립(그린필드) 또는 인수(M&A)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세워 글로벌 공급망을 완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완벽한 통제력 대신, 막대한 투자비용과 정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의 무게


같은 바다라도, 배의 크기에 따라 항로는 달라진다. 스타트업·중소기업과 대·중견기업은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1️⃣ 중소기업: 작게, 빠르게, 안전하게

자본·인력·시간이 제한적이기에 ‘간접 진출’이 현실적이다. ① 현지 에이전트나 무역상과의 간접 수출, ② 아마존·알리바바·쇼피·큐텐을 통한 온라인 수출(역직구), ③ KOTRA·중기부·지자체의 수출바우처·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초기 비용을 줄이면서 시장 반응을 데이터로 확보할 수 있다.


성장 단계에서는 OEM·ODM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소규모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도’보다 리스크 내성(Resilience)이다. 지나친 확장은 현금흐름을 무너뜨리고, 한 번의 클레임이나 환율 급등으로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2️⃣ 대·중견기업: 크게, 깊게, 통제력 있게

이들은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므로 직접투자 중심의 전략이 적합하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Made in America’ 전략을 세워 관세 리스크를 방어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 허브로 구축하여 세제·노동력·물류 인프라를 통합 관리한다.


핵심은 현지화된 통제력(Localized Control)이다. 자본의 크기보다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운영·규제·문화 이해의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관건이다.


전략 선택의 4가지 판단 기준


아무리 자본이 많고 제품이 좋아도, 시장분석 없이 진출하면 실패 확률은 높아진다. 다음 네 가지는 해외 시장 진입 전략의 나침반이다. 첫째, 경제·정치 리스크를 읽어야 한다. 환율·금리·지정학 변화는 이익구조를 즉시 흔든다. 진출 전 통화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을 확인하고, 환변동보험·해외투자보험으로 충격 흡수 장치를 갖춘다.


둘째, 현지 규제 환경을 미리 설계한다. MoCRA·REACH·CE 등 인증은 ‘출하 직전 서류’가 아니라 시장 문턱 자체다. 규제 맵핑과 현지 법률 자문을 통해 통관 실패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한다.


셋째, 파트너 신뢰성이 협력형 진출의 절반이다. 가격보다 평판을 우선하고, KOTRA·D&B 보고서와 법인 실체(등록·납세)를 확인해 계약 후 리스크를 줄인다. 신뢰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다.


마지막으로 현지화 적합성을 점검한다. 소비자는 “좋은 제품”보다 “맞는 제품”을 고른다. 기후·주거·문화·디지털 습관을 기준으로 기능·패키징·채널을 재설계(Localization as Re-Design)할 때 비로소 수요가 열린다.


요약하면, 리스크를 예측하고 규제와 파트너를 설계하며 현지화로 적합성을 높이는 기업만이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해외 진출은 확장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해외 시장 진입은 모험이 아니다. 계산된 전략, 철저한 준비, 리스크 분산의 예술이다. 이케아·BMW·현대·삼성의 공통점은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진입 전략’이었다.


중소기업이라면 작게 시작해 데이터를 쌓고, 대기업이라면 통제력을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결국 글로벌 진출의 성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어떤 문을 여느냐보다, 그 문을 열 ‘열쇠’를 얼마나 정교하게 준비했는가에 따라 기업의 생존력이 결정된다.


좋은 제품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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