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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확인서 완벽 이해: 부가세 0%와 수출 실적 인정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지난 글에서 수출자금 조달의 숨은 무기, 내국신용장(Local L/C)을 살펴봤다. 오늘은 그다음 편, 하지만 성격은 꽤 다른 제도인 '구매확인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수출 계약은 따냈는데, 국내에서 원료·부품을 사려니 협력업체가 이렇게 말한다.


"부가세 10% 포함해서 세금계산서 끊어드릴게요."


A사는 속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거 어차피 다 수출로 나갈 건데, 왜 10%를 먼저 내야 하지? 환급받기 전까지 자금이 꽉 묶이겠는데…"


그래서 이러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하여 등장한 카드가 바로 구매확인서(외화획득용 원료·기재 구매확인서)이다.


구매확인서, 한 줄로 요약하면 뭐냐?


구매확인서는 쉽게 말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수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에서 재료를 살 때, 부가세 0%(영세율)를 적용받기 위한 증명서"


평소처럼 국내 거래를 하면 가격에 부가세 10%가 붙는다. 하지만 그 재료가 "나중에 외국에 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국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국 수출을 위한 구매니까, 처음부터 부가세를 0%로 깎아 줄 수도 있지. 대신, 정말 수출에 쓰인다는 걸 서류로 증명해 줘."


그 서류가 바로 구매확인서인 것이다. 발급은 외국환은행이나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uTradeHub)에서 100% 전자방식으로 처리된다. 예전처럼 종이 들고 창구에 갈 필요 없이, 온라인에서 신청·검토·발급이 한 번에 진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룰이 있다. 구매확인서 거래의 공급자는 반드시 '제조·가공 능력이 있는 업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 유통업체는 안 된다. 이 제도의 목적이 국내 제조·가공 → 수출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키우는 데 있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는 혜택: 0% 부가세, 수출실적, 관세환급


① 부가세 0%: 숨통이 트이는 10%

재료대금 1억 원을 일반 거래로 사면, 부가세 10%인 1,000만 원을 먼저 내야 하고, 환급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구매확인서 거래에서는 처음부터 부가세 0% 계산서(영세율)를 발급받는다.


즉, “10%를 먼저 내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가 아니라 “애초에 10%를 안 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자금이 항상 빠듯한 영세·초기 수출기업에겐 이 10%가 숨이 막히느냐, 숨통이 트이느냐를 가르는 숫자가 될 수 있다.


② 간접수출도 '수출실적': 하청에서 '수출기업'으로

완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건 대기업 A사지만, 구매확인서로 납품한 부품·원자재는 법적으로 수출실적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중소 협력업체 B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A사를 통해 유럽·미국에 간접수출하는 기업입니다."


이 한 줄이 바뀌면, 수출기업 대상으로 설계된 정책금융·보증, 각종 수출지원 사업, 수출 바우처·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이 열린다. "그냥 내수 하청"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수출 생태계 안에 들어가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③ 관세환급: 가격을 낮추고 마진을 지키는 장치

관세가 포함된 원자재를 써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면, 조건을 충족할 경우 그 관세를 돌려받는 제도가 관세환급이다.


구매확인서는 이 관세환급과 수출실적을 연결해 주는 증빙의 고리 역할을 한다. 원가에서 관세 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판매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추거나, 가격을 유지한 채 마진을 두텁게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 등의 보고서를 보면, 내국신용장·구매확인서를 제때 발급받지 못해 이런 혜택을 놓친 간접수출이 상당하다고 한다. 제도는 있는데, 몰라서·귀찮아서·상대가 안 해줘서 그냥 흘려보내는 셈이다.


구조로 보는 위험: “세제혜택 있는 외상거래”라는 현실


혜택만 보면 당장이라도 쓰고 싶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핵심은 한 줄이다.


"내국신용장에는 은행 지급보증이 있고, 구매확인서에는 없다."


내국신용장 거래에서는 은행이 이렇게 약속한다.


"조건만 맞으면, 구매자가 돈을 안 줘도 내가 대신 지급하겠다."


그래서 공급자 입장에서는 대금 회수 안전성이 매우 높다. 반면 구매확인서는 어디까지나 "수출용 거래"를 증명해 세제·관세 혜택을 받게 해주는 서류일 뿐이다. 은행이 돈을 대신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구조만 놓고 보면, “일반 외상거래 + 세제·관세 혜택”에 가까운 제도이다. 따라서 거래처 신용이 불안하거나, 첫 거래라면,


대금 회수 안정성을 우선할 때 → 내국신용장

세금·관세·수출실적 혜택을 극대화할 때 → 구매확인서


이렇게 상황별로 도구를 골라 쓰는 전략이 필요하다.


원청이 구매확인서를 안 끊어 줄 때: 2018년 이후 달라진 점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하소연이 있다.


"우리는 간접수출인데, 원청이 구매확인서를 발급 안 해줘요."


그 결과, 하청업체는 "수출실적 X, 부가세 영세율 X, 관세환급 X"라는 '3중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문제 때문에 2018년 4월, 정부는 하도급법을 개정하였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 없이 구매확인서 발급을 거부하면, 하도급 대금의 최대 2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발급 대상 대금이 1,000만 원이면, 최대 2,000만 원까지 제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꼭 기억하여야 한다.


구매확인서를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말 꺼내기 미안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권리를 알고 요청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


"귀찮은 서류"에서 "전략적 도구"로


이제 구매확인서를 다시 정의해 볼 수 있다. 수출용 재료를 살 때 부가세 0%를 적용받게 해주고, 부품·원자재 업체에게도 수출실적과 관세환급의 문을 열어 주며, 국내 제조·가공 기반이 수출과 함께 성장하도록 설계된 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은행 지급보증이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고 잘못 쓰면 대금 회수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자 한다.


세금·관세·수출실적 = 구매확인서의 강점

대금 회수 안전성 = 내국신용장의 압도적 우위


둘 중 하나만이 정답이 아니라, 거래 상대·신용도·거래 이력에 따라 조합해서 쓰는 도구이다. 구매확인서를 아는 순간, 같은 매출이라도 회사에 남는 숫자가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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