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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남아 진출 전략: 기회와 위험 완전 정리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많은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을 떠올리면 보통 베트남, 인도네시아부터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오래 일해본 기업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조금 다르다.


“동남아 비즈니스는 태국부터 이해해야 한다.”


여행지로만 알고 있던 태국이, 실제로는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들어가는 ‘전략적 거점’이자 ‘테스트베드’라는 뜻이다. 다만 여기엔 전제가 하나 더 붙는다.


“태국은 기회도 크지만, 한국과 너무 다른 룰이 적용되는 시장”


따라서 오늘 글에서는 태국이 왜 동남아 진출의 관문이 되는지, 5가지 기회와 태국에서 비즈니스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리스크 5가지를 한 번에 정리해 보려한다.


동남아 시장을 꿈꾸는 창업자, 중소기업 대표님들께 태국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천천히 함께 살펴보자.


태국, 왜 동남아 진출의 ‘기본 관문’인가


① 동남아 한가운데 있는 ‘지리적 허브’

지도를 머릿속에 펼쳐 보면 태국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나란히 붙어 있다. 즉, 태국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주변 5개국을 함께 보는 위치를 잡는다는 뜻이다.


라오스·캄보디아 : 육로(트럭)로 연결

베트남 : 해상·육로 복합 운송 가능

말레이시아 : 육로·항공 모두 활용 가능


태국에서 만든 제품을 ‘한 나라에만’ 파는 구조가 아니라, 동남아 여러 나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거점으로 쓰기 좋은 이유다.


② 만들고·팔고·테스트할 수 있는 ‘산업·시장 허브’

태국은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다.


제조 : 자동차, 전자부품, 농식품 등 제조 산업이 이미 깊게 뿌리내려 있고

유통 : 대형 마트·편의점·온라인 커머스가 잘 깔려 있으며

소비 : 약 7천만 명의 내수 시장 + 팬데믹 이전 기준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


이 세 가지가 한 나라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태국은 “Make - Sell - Test”가 한 번에 가능한 시장이다. 새로운 화장품, 식품, 프랜차이즈를 먼저 태국에서 시험해 본 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실제로 많이 쓰인다.


③ 항만·공항·도로가 모두 갖춰진 ‘물류 인프라 최강자’

동남아에서 “물류가 가장 안정적인 나라”를 고르라고 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태국을 1순위로 꼽는다.


레암차방(Laem Chabang) 항만 : 동남아 대표 대형 컨테이너 항만

수완나품·돈므앙 국제공항 : 여객·화물 모두 동남아 허브 역할

국도·고속도로 : 주변국과 연결되는 육상 물류 축 역할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태국은 “동남아 버전 인천공항+부산항”에 가까운 나라다. 그래서 일본·한국·유럽 기업들이 동남아 물류센터·지역 본부를 둘 때 태국을 강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④ 제도·정책 안정성과 BOI 인센티브

태국의 또 다른 강점은 제도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법인 설립·운영 제도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토지·부동산 소유 구조가 명확하며, 정책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아 장기 계획을 세우기 좋다. 여기에 태국 투자청(BOI; Board of Investment)의 인센티브가 더해진다.


일정 업종(EV, 전자, 의료, 배터리 등)에 대해 법인세 감면

설비·원자재에 대한 관세 면제

특정 조건하에 외국인 100% 지분 소유 허용


즉, 태국은 “한 번 제대로 들어가서 오래 버틸 기업”에게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⑤ 영어·교육 수준과 ‘테스트 시장’으로서의 가치

태국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영어 사용이 비교적 편한 편이며, 국제학교·외국계 교육기관도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반응을 보기 좋은 나라”


K-뷰티, K-푸드, 치킨 프랜차이즈, 모바일 앱·게임 등 많은 사례에서 “태국에서 먼저 히트 →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으로 확산”이라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태국은 단순 시장이 아니라, 아세안을 향한 테스트베드, 브랜드 확산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정확하다.


태국 비즈니스, 반드시 알아야 할 리스크 5가지


기회가 크다는 것은, 동시에 실수할 여지도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태국에서 겪는 어려움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룰과 문화가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① “이번 주 안에 계약?”, 느린 의사결정 구조

태국은 합의 중심 문화입니다. 회의에서 모두 고개를 끄덕여도 = “검토해 보겠다”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Yes”라고 말해도 = 진짜 승인이 난 것이 아닐 때가 많다.


특히 정부기관, 대형 유통사, 병원·학교 등은 결재 라인이 길고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한국식으로 “이번 주 안에 계약 마무리하시죠?”라고 밀어붙이면, 그 순간부터 신뢰가 깨질 수 있다.


태국에서는 일정은 넉넉하게, Follow-up은 정중하게, 상대를 재촉하지 않는 인내심이 기본 전략이다.


② 계약보다 먼저 ‘관계’를 쌓는 나라

태국 비즈니스의 키워드는 신뢰와 체면이다. 첫 미팅에서 단가, 조건, 마진 이야기부터 꺼내면 “왜 이렇게 급하지?”라는 인상을 주고, 공개적인 지적, 큰 목소리, 강한 압박은 관계 자체를 끊어버리는 행동이 된다.


반대로 가족 이야기, 음식 이야기, 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마음의 문이 열리는 문화다. 태국에서는 “말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곧 핵심 협상 스킬인 것이다.


“그 아이디어도 좋은데, 한 번 이런 방향은 어떨까요?”


이처럼 돌려 말하고, 체면을 세워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③ 외국인 지분 제한(FBA), 구조를 모르면 치명적 리스크

태국은 외국인이 100%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업종이 상당히 많다. 바로 외국인사업법(Foreign Business Act; FBA)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 도·소매업, 물류업 일부 등은 태국인 51% + 외국인 49% 구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형식적인 ‘명목상 태국인 파트너(nominee)’를 앞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불법이며, 적발될 경우 사업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선택이다.


대안은 두 가지다. 신뢰할 수 있는 ‘진짜’ 현지 파트너 찾거나, BOI 인센티브를 통해 예외 조항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업종은 BOI 승인을 받으면 외국인 100% 지분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태국 진출은 법·제도 구조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④ “PDF 사인만으로 충분할까?” 문서주의 & 원본주의

태국은 의외로 문서주의가 강한 국가다. 견적서, 주문서, 계약서, 영수증, 수입증명 등 거의 모든 비즈니스 행위가 ‘종이 문서’로 남아야 한다. 전자서명이나 단순 PDF 사인은, 상황에 따라 법적 효력이 불명확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서 원본 서명, DBD(법인등기부) 확인, LD(지연 시 위약금) 조항 등은 처음부터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말로 합의했다”, “카톡으로 주고받았다”는 식의 한국식 관행은 태국에서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⑤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인사관리 리스크

태국 노동법은 직원 보호 성격이 매우 강한 편이다. 해고 시 ‘정당한 사유’ + ‘해고 수당’이 필수이고 연차, 근무시간, 휴일 규정이 매우 엄격하며 규정 위반 시 직원이 회사 상대로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단순히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쉽게 해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식 감각으로 “그냥 자르지 뭐”라고 접근하면, 소송·노동국 신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태국에서는 태국 노동법을 잘 아는 회계사·노무사 자문, 인사규정·평가제도 정비, 채용 단계에서의 엄격한 검증, 이 세 가지가 HR 리스크를 줄이는 필수 장치다.


태국을 제대로 이해해야, 아세안이 열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두 가지 관점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태국이 동남아 진출의 관문인 이유 5가지와 태국 비즈니스의 리스크 5가지, 이 두 가지를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태국은,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큰 시장이다.”


지도만 보면 ‘동남아 중심 허브’라는 장점이 눈에 들어오고, 숫자만 보면 7천만 내수와 관광 수요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문화와 제도, 속도와 관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장점들은 모두 ‘잠재적 리스크’로 뒤집힐 수 있다.


그래서 태국 진출 전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1단계 : 기회 파악

우리 산업이 태국의 제조·유통·소비 구조와 얼마나 잘 맞는지

동남아 확장 거점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지


2단계 : 리스크 설계

FBA, 노동법, 문서주의 등 제도적 리스크를 얼마나 알고 준비하는지

현지 파트너·전문가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3단계 : 장기적 관점

“1 ~ 2년 안에 한탕”이 아니라,

5 ~ 10년 단위로 서서히 뿌리내리는 전략으로 접근할 것인지


태국을 ‘여행지’가 아니라 ‘동남아 비즈니스의 교차로’로 보는 순간, 아세안 전체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이 태국과 동남아 진출을 고민하는 분들께, 전략 지도를 그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이설아빠의 글로벌 비즈니스 스토리 블로그에 방문하시면 더 유익한 정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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