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점차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 인도의 급성장, 아세안의 인구력, 그리고 일본·대한민국의 기술력까지 더해지며 이 지역은 ‘경제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중요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RCEP, CPTPP, IPEF라는 세 개의 주요 다자간 경제협력체가 형성되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역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무역협정을 넘어 지정학적 이해관계, 공급망 전략, 디지털 경제 질서 등 다양한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 협력체 모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선택과 조율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동시에 수행 중이다.
세 협력체는 참여국 구성과 주도국, 경제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RCEP은 중국, 일본, 대한민국, 아세안 10개국 등이 포함된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제조업 중심의 가치사슬 통합을 지향한다. 2020년 기준 GDP 26.1조 달러, 세계 GDP의 약 31%를 차지하며, 인구도 22.7억 명으로 방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CPTPP는 미국이 탈퇴한 후 일본 주도로 형성된 고규범 무역협정으로, 농산물, 디지털 무역, 국영기업, 지식재산권 등 고차원의 규범을 요구한다. 참여국은 11개국이며, 총 GDP는 10.8조 달러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규범 수준에서는 가장 진보된 협정이다.
IPEF는 기존 FTA와는 다르게 무역자유화보다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디지털 경제, 반부패 등 경제안보와 미래 질서에 초점을 둔 미국 주도의 협력체이다. 참여국은 13개국, 총 GDP는 34.6조 달러로 세 협력체 중 가장 크며, 인구도 25억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은 RCEP에는 정식 가입하였고, IPEF에는 창설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CPTPP는 아직 정식 가입은 하지 않은 상태이다.
RCEP을 통하여 대한민국은 일본과 최초의 FTA 체결 효과를 얻었으며, 중간재 중심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23년 기준 RCEP 국가와의 교역 규모는 4,839억 달러로 전체 교역의 약 49%를 차지한다. 다만, 중국 의존도 심화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가 동반된다.
IPEF는 공급망 다변화,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전략에 초점을 맞춘 신경제 질서 대응 수단이다. 대한민국의 교역 비중은 약 40%로, 미국과의 기술·산업 동맹 강화에 의미가 있다.
CPTPP는 현재 가입을 보류 중이나, 장기적으로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과의 교역 확대와 글로벌 규범 정착을 위하여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규범 중심의 CPTPP는 대한민국이 향후 통상 전략의 선진화에 있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RCEP, CPTPP, IPEF는 각기 다른 목적과 전략을 지닌 경제협력체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를 복잡하게 재편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경쟁하며, 때로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들 사이의 균형 잡힌 참여와 전략적 조율이 국가 경제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이들 협력체에 대해 ‘선택’보다는 ‘조율’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경제적 이익 극대화와 공급망 안정, 규범 정착과 외교 전략이 얽혀 있는 복잡한 퍼즐 속에서, 정부의 선제적 전략과 균형 외교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CPTPP 가입 여부는 대한민국의 무역 전략이 선진 규범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 질서는 단순한 FTA 시대를 넘어, 디지털, 탄소, 안보까지 포함하는 ‘경제안보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 흐름에서 대한민국이 아시아와 태평양, 인도양을 잇는 진정한 경제 가교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전략과 외교적 민첩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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