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내기
나에게 냄새란 '기억을 저장하는 수단'이다.
어릴적 아빠 차에서 나던 냄새,
애착이불에서 나던 냄새,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우리 동네 냄새,
여름마다 징검다리에 앉아서 수다를 떨던 집 앞 개울의 냄새,
동생들의 배냇머리에서 나던 애기 냄새,
'처음'을 마주하던 순간의 냄새들.
내가 좋아하는 기억들은 늘 좋은 냄새와 동반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좋은 기억이 남길 바라며 냄새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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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공간에 들어선 첫 순간부터 좋은 냄새가 나면, 그 공간에서 보낸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 문을 여는 순간부터 좋은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관에 디퓨져를 가져다 놨다.
하루종일 지치고 힘들었을 나를 위해,
때때로 집에 놀러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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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들이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친구가 집에 들어오면서 내뱉은 첫 마디가 나를 얼마나 뿌듯하게 했던지!
'우와! 현관에서부터 좋은 냄새가 나는 집은 처음이야! 냄새가 너무 좋다.'
내 공간에 들어온 첫 순간부터 좋은 기억만 가져가길 바랐던 나의 마음이,
친구의 한마디에 완벽하게 전달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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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냄새로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나와 보낸 시간의 한 부분이 좋게 기억된다면, 그것보다 기쁜일이 또 있을까?
아주 짧은 순간 맡은 좋은 냄새로 나와의 시간을 좋게 기억해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