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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고 싶은데 공무원 왜 하니

대통령피셜이시다.

by 리뇨

올 3월 1일자로 퇴직하며 공제회에 납입했던 작고 귀여운 장기저축급여를 돌려받았다.

ㅂㅅ같이 그만 둘 타이밍을 잘못 잡아 근무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넘겨버린 바람에

노령연금도 기초연금도 타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공뭔연금 10년 납입했으면 대신 남은 평생 국민연금 의무 가입기간 20년을 채운 걸로 쳐서

남은 평생은 소득에서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

(의무가입 10년인 건 공뭔연금이 국민연금보다 2배를 원천징수로 뜯어가기 때문일 거다.)

하긴, 너무나 당연하지. 국가에 10년 이상 복역했다고 개나소나 다 주는 연금을 두 개나 안주는데

연금을 더 내라는 건 개나발이지.

어떤 직업을 갖든 앞으로 실수령 삭감 짜증은 덜겠네.


공뭔 호봉 상승분이나 10여년 모아둔 돈 상당수는 전세금에 묶여있다.

작년에 자율연수 휴직을 했고 올 초 의원면직했으니

무수입 백수짓은 거진 2년을 채웠고

저축액의 상당부분을 까먹었다. 백수라 몸이 편하면서도 거지라 맘은 또 불안했다.


올 초, 퇴직과 함께 공제회에서 돌려받은 아담한 10여년 세월의 저축금을

30퍼 가량 까먹었다.


또 30퍼 쯤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고, 또 배당을 꿈꾸며 5층 중후반 쯤에서 삼전에 넣었고,

나머지는 급하게 융통 가능한 현금자산은 있어야지 싶어서 은행에 놨다.

금을 사볼까.. 했는데, 한 돈에 50만원 중반대길래 거지가 사기엔 왠지 비싸게 느껴져서

배당이라도 찔끔 떨어지겠지 싶어 주식으로 갔다.

진보 정권이 집권에 190석이면 상승 여력이 없어도 부동산이든 물가든 폭등할 테니

공무원 보수 말고야 뭐라도 상승하지 않을까 싶었고, 대선 전에 현 대통령과 삼성 총수가 하하호호 하는 기사를 봤으니 감옥 리스크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 삼전이 지금 거의 9만전자가 되었다.

매도 타이밍을 불안에 떨며 지켜보고 있다.


아직 매도를 안했으니 실현수익이라 할 수 없지만

꽤나 높은 퍼센트로 주식이 상승률이 50퍼 가까이 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빚투를 했어야 했나? 근데 백수한테 뭐 대출이 얼마나 나왔겠냐 싶다.

그리고 그건 도박이지, 투자가 아니라. 내가 뭐 미래보는 눈이 개뿔 있다고.

미래를 못보니까 고점판독기 돼서 줏대 없이 교대 같은 걸 갔지.


당장 매도한다면 그 아담했던 자본금으로 낸 투자수익이 내 몇달 치 실수령이고, 올 한해 내가 까먹은 저축을 상회한다.

일하지 않았는데 더 가난해지지 않았다. 소비습관이 이미 벌이에 고착화돼서, 낭비는 안했지만 허리띠 졸라매지도 않았는데!ㅎㅎ

멈춰서 정체되어서도 현상유지라니!

전세자금 제외하면 잘해야 백수로 3년이나 버틸까 싶던 그 시드머니로!!


공뭔을 계속 하고 있더라면 공제회에 넣어둔 장기저축 급여에 손댈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고

공제회가 연복리 보장한다는 3% 남짓 이자에 만족하며 지금 차익으로 번 돈을 겨우겨우 모아대고 있었을 걸?

주식거래시간 동안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소황제 납쪽이들을 통제하느라 주식 변동은 생각도 못하고

하교시키고 뒷정리 후 숨 돌릴라치면 쓸모없는 교무회의에 불려갔을 거고

온갖 민원과 애 분실물 찾아달라는 전화에 응대하고

미혼에 적당한 경력자라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았을 학교폭력 담당교사로서

온 학교에서 일어난 이게 초등 수준에서 일어날 수준인 게 실화인지 어질어질할 사건사고들에 기함하며

콩콩팥팥 국평오도 안되는 의사소통이라고는 안되는 인간들과

주말 학원에서 저들끼리 싸우다, 카톡으로 자기들끼리 나누다 생긴 파벌과 갈등을 나의 무능으로 전가당한 채

머리 속에 떠오르는 쓴소리를 고르고 골라 문제 소지가 안 될 교양 있고 가장 부드러운 말만 솎아내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과를 들락날락하느라 주식이나 세상 돌아가는 걸 살피고 파악할 정신도 없이 녹초가 되어

퇴근 후 병든 닭처럼 넋놓고 스스로를 닦달하다 또 스트레스성 온갖 신체 증상들을 감내하고 또 감내했겠지.


그리고 모두에게 무능한 인간이 되거나, 악역이 되어있었겠지.


현 대통령 말이 옳다.

돈이 벌고 싶은 인간이라면 공무원을 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 보수체계는 민간과 다르기에

연 2% 안되게 올려주는 물가 인상 반영분에 감지덕지하며 초봉이 커리어하이인 인생을 이어가고 있었겠지.

정신건강 팔아가며 번, 초봉보다 실질은 삭감된 임금에 아등바등하며.


얼마 전 흥미의 웃음인지 실소인지 모르지만 헛웃음이라도 짓게 할 기사를 봤다.

5년 미만 저연차교사가 올해 376명 중도퇴직했고 그건 이미 작년 저연차 중도퇴직자를 넘어섰다고.

저연차가 아니라도 의원면직 중도 이탈자가 750명을 넘어섰다고 사태가 심각하다나 뭐라나.


교원이 50만인데 0.15% 이탈이 뭐 기삿거리라고 호들갑인지.

뭐 관리자급 빼고, 특수 보건 사서 영양 상담 등등을 제외한, 그러니까 어지간해서 수업을 전담하는 교원 수로만 따져도 28만명이다.

0.26% 이탈률이라는 거다. 애도 안 태어나는 나라에서 기삿거리인가?


누군가는 이런 댓글 남겼더라. 공무원들 이탈이 심각한데 1%도 채 안되는 면직비율이면

공무원 중 교사가 제일 팔자 좋고 대우 좋고 벌이 좋은 반증이라고.


다른 직종 10년차 실수령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다들 물어봐도 대답을 안해줘서. 바깥은 더 지옥이란 소리나 하지.

초등교사는 300+- 6만원이다. 이게 민간에서는 10여년 경력의 30대 중반 쯤이 번다기에 어이가 없을 정도의 고임금인가보다.

능력치에 비해 오지게 많이 버는데다 공뭔중에서도 업계 최고 대우라는 소리가 나오니.

나도 밝히고 싶지 않은데 배알이 없는 건지 아님 공무원이라 세금 운영 투명성 때문에 공개해야 했던 건지

짤짤이 단위 수당까지 낱낱히 밝혀진 월급명세서는 이미 차고 넘치게 돌아다니고 있더라.


학원 강사보다 강의력도 없고 열정도 없고 능력도 없고 교사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는 인간 받아주는 거라며

학생도 없는데 교사가 무슨 필요냐며 세전 벌이로는 중견급이라며

1년에 3달이나 방학이란 명목으로 쉰다며 학기 중에 연가조차 자유롭게 내지 못하고 연가보상비 한 푼 받지 못하지만

가장 쪄죽는 더위와 가장 얼어붙는 추위에 그 소박한 벌이로 성수기 가장 비싼 요금을 내며 관광해야 해도 팔자가 늘어지는 거란 논리는

예전에는 대세였고 여전히 잔존하더라.

학생 인권만이 답인 국가의 정책과,

교사의 능력과 쓸모에 대해 아주 통찰력 넘치던 대중의 염불이 미약한 성과나마 있으니 긍정적인 일이다.


여전히 일선 현장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분들께 존경심이 든다. 나는 하다하다 도저히 못해먹겠던데.

몰상식이 상식이 된 지 오래라.


여론은 여전히 교사 성적으로 하냐, 성실하고 인성 좋은 사람들 많다, 후려들 치던데

솔직히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성실함과 인성도 지능인 거?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걸 요구하게 되어있는 법이라 심히 걱정이 된다.


네 나이에 지금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냐.

교대 나와서 해먹을 수 있는 거라곤 선생질 밖에 더 있냐는 가스라이팅에 너무 오래 속아왔다.

반에서 1등 정도는 우습게 해냈을 사람들이,

뭘 시켜도 다 그럭저럭 웬만하게는 해내던 사람들이 설마 할 수 있는 게 선생질 밖에 없을까.


설상가상 4년 뒤면 이젠 후배님들도 국평오일 건데..


탈출하는 저연차 판단력 좋은 청년들을 응원한다. 역시 젊은 애들이 똑똑하다.

난 기어이 미련하게 버티고 버티다 젊음이나 보냈는데.

똑똑한 데다 판단력이 기가 막히니 뭘 해도 잘 할 거다.


갑자기 심각한 척 하는 기사와 여론이 우습기도 해서 한편으로 꼬숩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걱정이 되더라.

다른 공무원들은 다 탈주하는데

1등 신붓감 직업이라는 최면에 홀려 막다른 직업을 선택하고 그만 두면 고졸에 할 줄 아는 거 없다는 가스라이팅에 절여져

여전히 불안을 먹으며 하루를 버티고 있는 한 때의 나와 같은 사람이, 지금도 현장 어디에서 불안을 씹으며 정신의학과 정보를 찾아보고 있을 것 같아서.


교직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농담은 사실 어쩌면 진담을 넘어 진실인 건지도 모르겠다.




+ 누칼협이냐고, 하겠다는 사람들 줄 섰으니 꼬우면 관두래서 얼마나 줄 섰나 내심 궁금했는데

애초에 모집인원 미달에 복직 포기에, 휴직 신청에, 중도 이탈로 수업할 교사가 없어서

정년퇴직한 교원 데려다 쓰는 곳도 있다네.

교대도 모집 인원 미달이라는데 그만 둬도 할 사람 줄을 섰다던 더 열정적이고 더 능력 넘친다는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게 퇴직교원이었어?



**

삼전이 아니라 금을 사뒀어야 했던 걸까.

올 초에 금 한돈에 분명 50만원 중반이었는데, 추석 전에 만난 언니와 자금 얘기를 하다 금값 얘기가 나왔는데

너 어느 시대 살고 있냐, 정보가 멈춰있다길래 검색해보니 금 한돈 70만원 넘었더라.

그래서 이틀 뒤인 오늘 저축에 묶어둔 돈을 금으로 바꿀까 싶어 검색해보니. 이틀만에 금 한돈이 10만원이 또 올랐네?

금 한 돈이 지금 80만원이다. 고점나발도 있다지만, 이정도 물가 급변이면 이건 그냥 인플레이션이 맞네. 그것도 세계수준의.


태어나 글자를 쓸 줄 알았던 그 모든 순간부터 뭔가 내 팔자는 두 문장이네.


거지거지 상거지.

각자도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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