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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만둔 후의 소소한 장점

Cold never bother me anyway

by 리뇨

나는 매년 최소 다섯 차례의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 흐르는 콧물감기, 막히는 코감기, 목이 붓는 감기, 독감, 방학날에 맞춰서는 기가 막히게 고열감기까지도.


근데, 일 때려치고 난 후 거의 만 2년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거나 식당에서 식사했음에도, 단 한 차례도 호흡기질환에 걸리지 않았다. 공부하겠다고 갔던 도서관에서도 감기로 콜록대거나 훌쩍이는 사람들이 전무하지 않았음에도.


사실 내가 막 엄청 청결하거나 깔끔한 사람은 아니다. 목욕하러 들어갈 마음 먹는 걸 마흔 가까워지는 나이에도 쉽게 해내질 못할 정도로. 외출계획이 없으면 하루 17시간의 와식생활을 할 정도로.


다만 손만은 비교적 잘 씻는 편인데, 그것만으로도 2년간 감기에 안 걸렸다. 감염원이 정해져있던 거지. 친구는 일을 그만두면서 양질의 휴식으로 면역력이 높아진 게 아니겠냐는 의견도 내보였지만, 하루 한 끼 균형잡힌 영양가 있는 식사도 안하고 되는대로 때우는 식사, 전혀 하지 않는 운동, 앉거나 눕기만 하는 생활, 노화.. 퇴직 이후 면역력이 올라갈 짓은 딱히 안했다. 인간들에게 받는 딥빡스트레스와 불안은 없다지만 진로 및 밥벌이 스트레스야 쭉 있었는걸.


체력은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급감함에도 그 흔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는 게 나름 재밌네.


취업하면 또 직장 내부의 누군가가 병원균을 퍼뜨려 또 골골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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