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만원짜리 금고 구입을 취소했다
금고는 고객이 재산과 추억을 안전히 지키고 싶어 구입하는 물건입니다. 제품 자체의 품질도 물론 중요하겠으나, 돈이든 추억이든 가치를 간직하고자 구입하는 물건입니다.
따라서 금고 자체의 품질 뿐 아니라 내내 두고 사용할 금고를 받기까지의 그 경험 역시 몹시 중요합니다. 금고 자체가 고객에게 오지 않기 위해 틀어지고자 발악을 했다는 경험을 가지고 어느 누가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 제품을 오래 두고 쓸 수 있을까요.
상품평 보니 제가 3주를 기다려도 오지 않은 그 제품을 누가 빠른 배송에 감탄하며 쓰고 있네요. 배송도 선착순은 아닌가보죠?
입고부터 출고 배송까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따로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판매량이 많고 상품평이 좋아 구입결정을 했던 건데, 저같이 배송에 대한 말이 수차례 바뀌었던 고객들은 다 취소했던 모양이죠?
저가의 물건도 아닌데 배송이 인터넷에서 제품보다 배송비가 더 비싼 물건들보다도 형편없는 "업체직배송"이란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덕분에 알아갑니다.
다만, 고객 기만을 부디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입고가 되지 않았으면 미입고를, 약속된 배송이 수차례 미뤄지고 틀어질 수 있음을 사전 고지해주세요. 저는 제품 구입을 포기했기에 진솔한 후기를 도대체 남길 수가 없네요.
9년의 업체 최우수 평가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의 너른 마음씨에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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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를 알아봤다. 여러 모로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불에 타지 않기에 금전적 가치가 있는 돈이나 귀금속뿐 아니라 가족앨범이나 오래된 휴대폰 등 추억도 넣어둔다지.
찾아보니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인정받는 금고 제작사가 두 곳이 있는데 특히 선일금고가 추천이 많더라.
3일에 주문했다. 4일에 배송톡이 왔다. 당일 배송이란다. 믿을 수 없게 빠른 한국의 배송 속도에 정신을 못차리며 놀라워했다. 하루가 다 갈 즘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벌써 배송이 왔냐는 내 반가운 물음에 "입고조차 안된 신제품이라 기다려주셔야 한다. 그래도 2주 내로는 배송해드리겠다. 업체 직배송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설치해드린다."고 말했다.
약속한 2주가 꽉 찬 14일 날, 배송 전일에는 연락이 와야 하는데, 당일에도 연락조차 없기에 14일에 연락했다. 최대 2주 걸린댔는데 소식이 없으니. 제품이 이제야 입고가 됐단다. 다음날이 주말이니 다음 주까지는 배송이 될거란다.
17일에도 그 어떤 안내 사항이 없어 업체가 영업 종료하기 직전에 다시 문의했다. 정확한 배송일자를 알 수는 없겠냐고. 배송이 늦어져 죄송하다고 19, 20일 수목요일 중에는 배송해주겠단다. 기다린 시간도 있고, 하루 이틀 더 기다리자 맘 먹었다. 수요일 오후가 다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드디어 배송인가...
"며칠 더 기다리시는 건 어떨까요?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배송해드릴 수 있습니다."
업체 직배송이 무슨 의미인지 덕분에 잘 알아간다. 차라리 중간 유통업자가 돈을 뜯어갈 망정 신뢰는 지키는 거구나. 중간 유통업자 없는 업체 직배송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배워간다. 더 볼 것도 없어서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구했다. 뒤늦게 바빠서 도저히 일정이 안된다던 배송기사에게서 부랴부랴 다음날 밤 늦게라도 배송을 약속드리겠단다. 고객의 기다림과 인내에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고객의 주문 취소에는 그렇게 쉽게 낼 수 있는 시간이었나?
더 황당한 건 오늘 리뷰에 너무나 당당히 올라와 있는 구입 리뷰.
정확히 내가 주문한 것과 꼭 같은 선일금고 메타셀 오비스코 화이트베이지.
"배송이 정말 빠릅니다. 기사님도 정말 친절하시고요!"
배송 이거 선착순도 아닌 거구나? 내가 개 호로 봉이었던 거지? 당일배송, 2주 기다림, 1주일 더 기다림, 그 끝에 기어이 오는 연락은 배송지연 이해 요구.
까보기 전엔 제품이 있는지 없는지, 출고는 됐는지 말았는지, 배송은 시작이 됐는지 안됐는지. 택배사를 끼지 않는 업체 직송이라 확인조차 불가능하다.
분노에 차 리뷰라도 남기고 싶지만, 결국 난 구매를 취소해버려 실구매자도 아니기에 리뷰를 남길 수도 없다.
오는 과정이 내내 재수없는 금고를 누가 횡재수와 금전운을 바라며 쓸 수 있겠냐고 적나라한 후기를 남기고 싶음에도.
선일금고 제품평 자체는 좋다만, 약속을 사전 고지 없이 사후에 자꾸 변경하고 취소하면 친구도 삼진아웃일 판에 업자는 무슨 배짱인지.
제품이 좋아도, 금고라는 의미 깊고 오래 쓸 물건에 이따위 재수없는 기억을 범벅해서 준다면 과연 그 업체가 롱런할 수 있을까.
선일금고 기업 자체의 문제인지, 그 업장만의 문제인지 모르겠네.
빡이 쳐서 판매자 문의 페이지에라도 상품평을 남겼더니 답변이 누가 봐도 gpt의 대답이다. 고객은 3주, 업체는 딸깍! 참 편리하기도 하다.
선일금고 자체는 몰라도 선일금고 온라인쇼핑몰은 다신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