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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슬픈 짐승

변치 않는 나의 정체성은 그지

by 리뇨

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개소리가 싫다. 그렇게 말하는 부자들이 가진 재산 중 0.01%라도 주고 나서 그런 말을 떠든다면 들어줄 마음이 있지만, 이미 가진 자가 움켜쥔 것들을 내려놓지도 않으며 하는 소리는 그냥 기만이다.


나는 돈은 손이라고 생각한다. 손이 행복을 가져다 주진 않아요! 그럼 손을 잘라낼 사람? 일단 없는 순간 병신이다. 쓰임을 정했든 정하지 않았든 일단 있어야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손이 없는 순간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뒷처리를 하는 것부터가 막막하다. 컵을 쥐고 물 한 컵을 받아 마시는 것조차 난관이 된다. 신발끈조차 제대로 묶을 수 없어, 스스로가 무능한 존재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그렇다. 눈 뜨는 순간부터 다시 두 눈을 감고 무의식의 세계로 잠겨드는 그 순간마저, 돈이 없으면 모든 것이 제약을 받는다. 선택권이나 취향 같은 건 없다. 시야는 좁아지고 경험은 얄팍하다. 그 사소한 예시까지 나불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세상엔 압도적으로 가난뱅이가 많으니까.


인간의 행복은 경험과 선택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험과 선택권이 주어지려면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조건이다. 돈 없이는 행복도 없다. 그리고 난 늘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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