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어릴 적 나는 늘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모르는 사람 앞에 설때면 불편해서 긴장부터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엄마의 바짓자락 뒤에 숨어버렸다.
또한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큰 목소리로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말을 하기 전, 머릿속에서 수십 번이나 생각하고 걸러내어
가장 이상적인 말만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런 나를, 우리 가족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소심하냐"며, "왜 그렇게 낯을 가리냐"며
나의 조심스러운 성격은 늘 탓의 대상이 되었고
마지막엔 항상 "네 성격이 문제야"라는 말로 끝맺어졌다.
나는 그렇게, 내성적이고 조용한 내가 잘못된 줄 알았다.
틀린 사람인 줄 알았다.
성격을 고치려 온갖 노력을 했지만,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나는 지쳐갔고, 어느 순간 문득 곰곰히 생각했다.
정말, 내 성격이 이상한 걸까?
긴 시간 내 안을 들여다본 끝에 알게 되었다.
나는 가족들의 말에 세뇌당했던 것뿐이었다.
내 성격은 이상한게 아니었다.
그 후로 나는 조심스럽게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너는 이상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도 충분해."
하지만 오랜 세뇌의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씩 다시 흔들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MBTI라는 성격 유형 검사를 접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 나는 INFJ였다.
INFJ의 특징 설명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그래, 이게 나야" 라고 말하며 깊은 공감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또한 MBTI 비율표를 보니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해졌고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를 다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족들이 미워했던 내 조용하고 차분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언젠가부턴 나 역시 미워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 나는 내 성격을 사랑한다.
이건 나의 본성이자, 나만의 고유한 결이니까.
다른 사람과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것은, 본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남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무시한 그들이다.
지금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조용히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내게 충전의 시간이고 힐링의 시간이다.
말을 하기 전 여러번 생각 후 말하는 습관도 여전하다.
또한 아직도 낯을 가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애초에 새로운 사람은 잘 안 만나려 하는 나지만 나는 그런 나를 이해하고 좋아한다.
더 이상 나는 내 성격을 미워하지 않는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차분한 이 모습 그대로.
그대로가 좋다.
이제는 내 곁에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는 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도 나는 늘 내 곁에서 나를 보호하고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나에겐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