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100년 전 상파울루로 안내한 낡은 흑백 사진들.
* 1956년에 문을 연, 오래전 다니던 Monte Verde 레스토랑의 벽에는 1900년대 상파울루의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 묘하게 마음을 끄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안은 채, 사진도 찍고 오래된 감정의 결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 이번 여행에서도 다시 한번 그 레스토랑을 찾았다.
직원에게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고 부탁하니 아직 오푼 하지도 않은 다른 홀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고, 덕분에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이 불러온 감정이 묵직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들며, 그 순간 그곳에 있던 시간과 사람들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중절모를 쓴 멋진 신사, 레이스 원피스에 예쁜 구두를 신은 부인, 천진한 웃음을 띤 아이들, 가족사진 속 그들은 금방이라도 웃고 떠들 것만 같았다.
사진 속 시간들은 멈춰 있었고, 유난히 내 기억 속에 있었던 단란한 가족사진은 아쉽게도 사라지고 없었다
많은 사람들을 태운 전차는 금방이라도 도시를 가로질러 달릴 것만 같았고, 말과 공존하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를 함께 안고 있는 듯 느껴졌다.
늘어서있는 많은 자동차는 그 시절에 부의 상징 같았고, 유럽식 자동차에 몸을 실은 중절모 신사들은 꽤나 멋져 보였다.
1920년 상파울루 시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아하고 세련된 아름다음을 지닌 도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압축 성장을 거듭한 지금에 한국은 세계를 이끄는 경제대국이 되었고, 상파울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있다.
그렇기에 사진 속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찬란했던 1900년대 상파울루의 시간을 기억하는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길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
* 1956년 문을 연 레스토랑 Monte Verede, 그 벽에는 1900년대의 상파울루가 걸려있고 오랜 시간을 품은 채 오늘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 1920년대 상파울루 시내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우아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였다.
유럽풍 건축과 정교한 도시계획, 커피 산업의 번영이 어우러져 진보와 낭만이 어우러진 남미의 보석이었다.*
* 1900년대 초,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전차에 앉아 있거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분주한 거리에는 도시의 생기가 넘치고, 전차는 새 시대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
* 1916년 , 상파울루의 중심 LARGO SE,*
전차와 마차가 공존하는 이 거리에는, 전통과 근대가 함께 숨 쉬는, 시간이 겹쳐 흐르고 있는 광장이었다.
* Rua Libero Badaro는 상파울루 근대화를 관통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
1912년에 지어진 삼각형 형태의 건물을 시작으로 1924년부터는 고층건물이 들어서며 도시는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갖추기 시작했다.*
* 루스역은 1867년 브라질 철도 역사상 최초로 개통된 기차역 *
커피를 수출을 하기 위한 교통의 거점이었지만 급증하는 수요로 1895~1901년에 현제의 모습으로 완공되었다.
현제 루스역은 단순한 기차역을 넘어 상파울루 교통의 핵심지다.
* 1902년, 상파울루의 중심 LARGO DE ROSARIO *
돌로 포장된 거리 위로 말이 끄는 수레가 오가고 양 옆으로 늘어선 상점들엔 사람들의 일상이 가득해 보인다.
그 풍경 속엔 도시가 살아 숨 쉬던 과거의 온기가 깃들여 있다.
* 1900년대 초, Rua 16 de Novembro *
화려한 건물아래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돌길 위에는 마차와 사람들이 뒤섞여 걷는다.
도시의 옛날 풍경에는 삶의 숨결이 가득하다.
*Paracio Campos Eliseos는 1891~1899년 사이에 완공된 프랑스풍 저택 *
이 건물은 당시 상류층의 삶의 방식과 예술적 감각을 보여주는 건물로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1798년 식물원으로 시작해 1938년 정식 공원으로 지정된 Parque da Luz *
호수 위로 백조가 유유히 떠다니고, 분수는 부드럽게 솟아오르며 양쪽에 선 동상들은 묵묵히 그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중절모를 쓴 신사와 예쁜 드레스를 입은 부인이 손을 맞잡고 걸어 나올 것만 같다.
* 1921년 상파울루 봉헤찌로에 있었던 포드 자동차 공장 풍경 *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로 도시 변화의 흐름을 이끌었다.
* 1928년 상파울루의 번화가 Paulista *
수십대의 자동차,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문화 공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사교 공간?
당시에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모임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 1933년 Guarapiranga*
강가를 따라 늘어선 자동차, 떠있는 보트, 탁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상류층의 여가 공간이며 시민들의 휴식처
* 쎄 광장과 쎄 성당*
상파울루 중심에 위치한 쎄 광장(Praca da Se)은 1588년경 처음 형성되었으며, 도시의 역사적 출발점이다.
광장 옆에 자리한 쎄 성당(Catedral da Se)은 1913년에 착공되어 1954년에 공개된 고딕양식의 웅장한 건축물로,
도시의 신앙과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1933년에 개장한 중앙시장 *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아치형 천장이 인상적인 브라질 최대 규모의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현존하는 전통 시장이다.
신선한 과일, 고기, 생선, 이국적인 향신료등 식 재료를 사는 것뿐 아니라 세계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한국 텔레비전에도 소개된 이 시장은, 아름답고 멋진 건축미 덕분에 시장보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쓰였더라면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갖고 있다.
* 1940년대 영국식 정원 스타일의 Triamon 공원의 모습 *
다양한 수목과 조각품이 자리한 도시의 녹색심장으로 도로를 지하로 잇는 1938년에 완공된 9 de Julho 터널이 있다.
브라질은 옛 건축물에 대한 보존 법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어, 많은 옛 건물들이 원형을 유지한 채 도심 속에 현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대부분의 사진은 상파울루 시내에 위치해 있어, 내가 직접 보고 걸으며 체험한 공간들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들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나의 기억과 감정에 깊이 스며들며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