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의 힘-1

진짜 망상

by 어른이

중장년의 여성 환자분이 입원하였습니다. 매우 불안해 보이고 수척했습니다. 그런 모습의 사람은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환자의 보호자가 환자가 최근에 이상해져서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약물 복용을 했지만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대학 병원을 찾아 온 것입니다. 환자분은 예전에 이혼하여 혼자 산지 오래되었고, 지방 공공기관에서 청소하는 일로 수십 년간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환자분은 나이에 비해서도 더 나이가 들어 보여 7, 80대 정도로 보였습니다.


환자분은 폐쇄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입원해서 면담실에서 첫 면담을 하려는데, 매우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1, 2분 정도는 묻는 이야기에 어느정도 대답은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니 갑자기 극도로 불안해하면서


"어떡하지 나는 망했어, 어떡하지 나는 망했어, 어떡하지 나는 망했어, 어떡하지 나는 망했어..."

라며 같은 말을 기계처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기계의 스위치를 잘못 건드려서 오작동 하게 된 것인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더 이상 면담이 안되어 같이 면담실을 나왔는데, 나오면서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보호자를 찾아 정보를 수집해야 했습니다.


보호자(형제)의 말로는 평소에 연락을 잘 안 하던 환자가 어느 날 연락을 해서는 최근에 힘들다고 이야기를 몇 번 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갑자기 연락을 한 것이 이상하긴 해도 그냥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몇 주 후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환자가 인생이 망했다면서 절망하 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집에 찾아갔더니 환자분은 방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고, 뭔갈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고 대화도 잘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밤에는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며 방안에서 돌아다니고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휴대폰이 해킹을 당했고, 자신이 모아두었던 돈이 모두 빼돌져 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호자가 환자와 함께 은행 어플을 통해 계좌 잔액을 확인하였는데, 돈이 그대로 있었더랍니다. 보호자가 돈이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라며 괜히 걱정했다고 안심을 시키려는데, 환자는 여전히 불안해했답니다. 이유를 묻자 휴대폰이 해킹을 당해서 화면에는 돈이 안 나간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은행을 가서 직원에게 확인을 해보거나, 남아 있는 돈으로 송금이나 현금인출을 하는 등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들로 설득을 하려고 해도 매번 황당한 이유를 대면서 믿지 못하고, 진정이 전혀 안 됐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단 환자에게 망상(delusion)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망상의 종류는 피해망상 또는 빈곤망상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극심한 불안을 보인 것은 이런 정신증 상태(psychotic)에서 보이는 정신병적 초조(psychotic agitation)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겠습니다. 일단 환자에게는 항정신병제(antipsychotics)와 빠른 효과를 가진 항불안제인 benzodiazepine 계열의 약물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