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포장 속, 미국 감각의 정서 – 아메리칸 차이니즈
'미국맛' 시리즈는
특정 문화를 정의하는 글이 아닙니다.
경험하고 관찰한 감각과 태도를 기록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미국 드라마에서 누군가 “중국음식 시키자”라고 말하면, 그다음 장면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하얀 종이 박스에 젓가락을 꽂고, 소파에 앉아 누가 먼저 뚜껑을 열었는지 모를 음식을 함께 먹는다. 그 익숙한 장면 속 상자. 그걸 볼 때마다 묘하게 낯설어진다.
이 상자는 원래 1894년 시카고에서 생굴을 담기 위해 개발된 ‘오이스터 페일’이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한 디자이너가 중국 난징의 자기탑을 본떠 빨간 팬탑 그림과 “Thank You” 문구를 추가하면서, 이 상자는 미국에서 ‘중국 음식’의 상징이 되었다.
놀라웠던 건, 미국에서 중국음식을 먹는 사람 대부분이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을 쓴다는 사실이었다.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이 익숙할 그들이 굳이 젓가락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그 안에서 일종의 “현지화되지 않은 문화 감각”을 느꼈다. 중국음식이 아니라, 중국 느낌을 소비하는 문화. 그 ‘느낌’을 지키기 위해, 도구까지도 ‘중국스러움’으로 세팅된 듯한 분위기.
포춘쿠키도 그랬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게 중국 디저트인 줄 알았다. 예언처럼 생긴 문구를 뽑아보는 재미,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 그리고 “오늘의 운세는?” 같은 대사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쿠키, 미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그 기원은 일본계 제과점이었다는 설도 있다. 미국에선 그게 곧 ‘중국 디저트’가 되었고, 지금은 중국집 배달의 엔딩을 담당하는 고정 아이템이 되었다.
내가 본 미국식 중식은 진짜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거리감이 익숙했다.
몽골리안 비프, 오렌지 치킨, 제너럴 초 치킨—
이름은 다 중국처럼 들리지만, 중국엔 없는 요리들이다. 미국인의 입맛에 맞춰 탄생한 메뉴, 그러니까 ‘창작 요리’다.
어쩌면 이건 ‘정체성’보다 ‘기능’을 택한 문화일지도 모른다. 정말 중국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스럽게 보이면, 중국인 것이다.
중국 본토보다 익숙한 환상을 믿는 곳,
그것이 바로 내가 본 아메리칸 차이니즈였다.
낯선 건 배제되고,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는 이국적 감각만 남았다.
진짜는 낯설다.
그래서 가짜가, 정서다.
이 감각 과잉의 나라에 입문하고 싶다면,
《미국맛이 뭔데요 vol.2》 에서 이어집니다.
미국 음식 문화의 감정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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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한 자료
• [Eater] A Brief History of the Chinese Takeout Box
• [Atlas Obscura] The American Design Behind the Takeout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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