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집이 풍성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골덴 바지에 간신히 가둔 채, 나는 이렇게 카페 의자에 앉아 있다.
바로 내 옆, 넓은 통창으로 햇빛이 들어와서 오른쪽 얼굴을 따갑게 때리는 게 영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자리를 옮기자니 무거운 하체를 움직이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그냥 앉아 있을 뿐.
나는 이곳에 왜 온 것일까.
노트북을 켜고서 브런치에 뭘 쓰려고 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얀 브런치 글쓰기 화면을 보면 머릿속도 하얗게 변하니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왕 노트북을 연 이상 그저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일 뿐이다.
목적도, 형식도, 주제도 없는 글이지만 뭐라도 누르면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일까.
요 며칠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애매모호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니,
그저 내가 가장 몸서리처지도록 잘 느껴지는 것은,
바지의 단추를 뜯어낼 것처럼 기를 뻗고 있는 두툼한 복부 지방과,
오래간만에 찾아온 기분 나쁜 묵직한 허리의 통증,
당장이라도 눈을 감고 살아있음을 잊고 싶은 이 와중에도,
기분 나쁘게도 이것들은,
내 신체는 내가 숨을 쉬고 있음을,
다이어트가 시급히 필요한 아줌마임을 명명백백하게 느끼게 해 주니,
살아있다는 감촉이 지금만큼은 영 불쾌하다.
이 글도 일단 올리기는 하지만,
아마 오래가지 않아 삭제하지 않을까 싶다.
트래픽 낭비에 가까운 글의 쓰레기를 던지는 그 심리는 나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인스타 스토리처럼 24시간만 공개된 후 삭제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으니,
브런치 쪽에서 고려 좀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