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그리고 그후
수고한 그들에게
햇빛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은 칭찬 같았고, 빗물은 조용히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 아래서 나는 자랐다. 잎이 피는 일은 합격처럼 기뻤고, 물드는 저녁은 결과처럼 고요했다.
나는 나무의 테두리 안에서 배웠다. 빛과 그림자의 언어, 선이 어디서 시작되고 언제 사라지는지를. 누군가는 그것을 성장이라 불렀지만, 내게는 늘 시험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빛 쪽으로 밀어붙였고, 나는 그 요구에 순응하며 서 있었다.
찬바람이 지난다. 가지마다 오래된 기억이 흔들리고, 잎맥을 따라 내 생의 기록이 흘러내린다. 바람은 채점관처럼 조용히 나를 훑는다. 정답은 없는데, 틀린 것도 없는데, 어딘가 감점된 듯한 마음이 스며든다.
잎들은 순서를 다투지 않는다. 그러나 떨어지는 속도에는 각자의 이름이 있다. 모두 같은 계절을 치렀지만, 나는 아직 채점표를 찢지 못한 채 서 있다. 점처럼 작아져 사라지고 싶던 순간, 세상은 숨을 멈추고, 정적 속에서 바람이 나를 부른다.
그 목소리는 나뭇결을 타고 번져, 죽은 줄 알았던 가지 끝까지 닿는다. ― 끝이 아니야. 다시 불릴 뿐이야. 그 한마디가 내 안의 어둠을 밀어내고, 미세한 떨림이 몸속에서 자라난다. 빛은 다시 내 이름을 부르고, 나는 그 부름에 응답하듯 숨을 고른다.
그제야 알았다. 시험이란 통과가 아니라, 다시 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정답이 아니라 생의 지속, 멈춤이 아니라 다음의 시작이라는 것을.
햇빛은 또 내 어깨를 덮고, 나는 새 잎을 틔우듯 한 해의 나이테를 더해간다. 정답은 여전히 없지만, 바람과 그늘이 내 나무의 고백을 읽고 있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나는 살아 있음을, 다시 시험 중임을, 천천히 깨닫는다.
수험생 분들 그동안 수고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