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라리 운명이었지, 그 이별은

by 송필경

그녀는
등 뒤로 조용히 멀어졌다.

내게 남은 것은
혹독한 상실과
지키려다 놓쳐버린
순진한 나의 일부.

끊어진 실타래처럼
인연은 하늘을 잃은 연이 되고
잿빛 유년은
차갑게 덮였다.

눈 내리던 포근한 그날,
세 걸음 뒤
검은 대나무 아래서

편지 위에
정말로
‘안녕’이라 적었을까.

이별은 손끝에 박힌 얼음.

녹지 않은 채
내 안의 어린 꿈을
조용히 얼어붙게 한다.

오늘도 나는
투명한 고통을 쥐고
가슴으로 녹인다.

얼음이 녹으면

비로소
온전한 내가 숨 쉬고
두 팔 벌려
나를 안는다.

—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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