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보고 냄새나는 아이래

by 초록 향기

1996년 9월, 딸 리아는 중국유치원에 입학했다.

아직 만 다섯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고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등교 첫날, 나는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유치원 담장 앞을 한참 서성였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리아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중국어를 익혀나갔다.

4개월쯤 지나서는 간단한 중국 동요까지 부를 수 있게 되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이들은 단어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문맥 속에서 의미를 추론하며 몸으로 언어를 익혀간다고 한다.

리아의 변화는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리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엄마, 왕쉬엔이라는 애가 나보고 냄새나는 아이라고 했어. '처우하이즈(臭孩子)'라고 했어."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처우(臭)가 무슨 뜻인지 알아?"


리아는 바로 대답했다.

"응, 선생님이 화장실 문을 열더니 '하오 처우아(好臭啊)'라고 했어. 처우는 냄새난다는 거 아니야?"


나는 또 궁금해 물었다.

"그러면 짱(脏)이라는 말은?"


리아는 말했다.

"오늘 운동장에서 한 친구가 넘어졌다가 일어나면서 손바닥을 보며 '내 손이 더럽네(我的手很脏)'라고 했어. 그러니까 짱은 '더럽다'는 거 아니야?"


이처럼 다섯 살 리아는 스스로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며 중국어를 익히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또 어느 날은 리아가 왕쉬엔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중국은 더러워(中国很脏), 한국은 깨끗해(韩国干净). 듣기로는 일본은 더 깨끗하대(听说日本更干净)."


그 말을 들은 왕쉬엔은 리아를 향해 '처우하이즈(臭孩子)'라고 하며,

"우리 중국은 아주 위대한 나라야(我们中国是一个伟大的国家)."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아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처우하이즈는 꼭 냄새나는 아이란 뜻이 아니라, '너 못됐구나' 같은 의미로 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그리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친구들에게 더럽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자. 중국에도 아주 깨끗하고 멋진 곳이 많아."


어린 리아가 '처우(臭)'나 '짱(脏)' 같은 단어를 상황으로 스스로 유추해 뜻을 이해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또한 '더럽다'는 말을 들었어도 화를 내지 않고 "우리 중국은 위대한 나라야"라고 대답한 왕쉬엔이라는 아이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그 아이가 궁금해서 다음 날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한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우리 반에서 아주 총명한 아이예요."라며 웃으셨다.

나는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키운 부모님의 가정교육이 새삼 놀라웠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유추하며 성장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 힘은 책상 위의 공부가 아니라

어린 시절 몸으로 부딪치며 쌓아가는 수많은 경험 속에서 자란다.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들이

아이 안에 사고의 씨앗을 심고, 언어의 나무를 키워낸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때서야 비로소 아이들은 풍성한 언어의 나무를 키우게 될 것이다.





집앞 화단에서 보는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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