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늘 똑같았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방향으로 몸을 틀고,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익숙한 출근길이었다.
익숙하다는 건 반복된다는 뜻이고, 반복은 더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평소처럼 직선 방향으로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지하철역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무심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돌아볼 이유가 없던 방향이었다.
그 길은 내 출근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으니까.
왼쪽으로 펼쳐진 길은 익숙했지만 동시에 낯설었다.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자주 지나던 길이었다.
그런데 아침, 출근하는 마음으로 그 길을 제대로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몸을 완전히 돌려 그 길을 바라보았다.
몇 초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몸을 돌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 몇 초는 이상하게도 길면서도 짧았다.
매일 스쳐갔지만, 단 한 번도 나의 하루로 들어온 적 없던 곳.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 길을 바라보았고
마치 그 길이 나를 불러 세운 것 같았다.
김춘수의 시처럼,
불러주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 없던 길이
바라보는 순간 하루 속 하나의 장면이 되었다.
그 길은 항상 거기 있었지만
내가 보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처음처럼 다시 느꼈다.
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 길을 떠올리다가, 이상하게도 고양이가 생각났다. 상자 안에 있는 고양이처럼, 관찰되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지도 죽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존재.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
존재와 비존재 사이 어딘가에 떠 있는 것들.
사람도, 감정도, 관계도, 기억도.
불러주지 않아서 이름이 없었던 것들.
돌아보지 않아서 하루에 포함되지 못했던 순간들.
그날 이후로 나는
한 번씩 고개를 돌려보기로 했다.
지나치는 길목에도,
묻힌 감정에도,
의미 없는 듯한 표정이나 말 한마디에도
시선을 조금 더 붙여보기로 했다.
내가 바라보기 전까지
그것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존재는 불러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것을 조용히 소리 내어 불러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