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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

by 월하

5월 24일 토요일


주말 아침 눈도 떠지지 않을 만큼 이른 시각에 눈을 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양치질을 하는데 정제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이고 끓여서 올라온 불순물들을 걸러내고 나면 맑은 국물만 남는 것처럼 언어도, 마음도 겉으로 드러나든 그렇지 않든 우리 삶의 어떤 시점에서는 정제가 필요하다.


단 한순간도 제대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땐 정말 몰랐다. 오랜 시간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뒤에야 내앞에 놓인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되찾아야 했고 내가 누군지, 무얼 원하는지 이런 질문들을 연속적으로 내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했다. 떠오른 불순물들 여러 번 걸러내고 나니 남는 건 고마움뿐이었다. 맑은 국물처럼 그 정제된 마음이 참 귀했다.


어느 날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행복을 순수하게 빌었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자주 웃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 어떤 계산도, 걸림도 없이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순수하게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제 그 사람은 본인이 선택한 그 길을 걸어가고 나는 이제 이 마음 하나 남겨두고 다음 계절로 걸어간다.


to. 너에게


고마워.

내 삶에 사랑으로 나타나줘서 고마워.

내가 불안할 때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런 나를 한동안이나 사랑해 줘서 고마워.

너라는 사람을 만나서 그 관계 속에서 많이 배웠고

더 나은 사람이 된 거 같아. 성장시켜줘서 고마워.


요즘은 미움이나 화가 사라지고 감사한 마음이 자꾸 일어나.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내 삶에 중요한 일부가 비워진 이유는 그만큼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새롭게 채워지기 위함임을 느껴.

갈등 속에서 방어기제를 내리고 귀 기울이고

조율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애써 외면했던 나의 결핍과 마주했을 때 그것이 문제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거짓말처럼 편안해졌어.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진짜 고마움뿐이네? 네 존재가 내게는 사랑을 넘어서 성장과 배움 같아. 고마워

너는 누구야? 어디서 왔어? 어떻게 내 삶에 나타나 이렇게 부족한 나를 충만하게 했던 거야?

사랑으로 나타나줘서 그런 나를 한 동안 사랑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야. 정말 고마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었어.


바람이 부는 데로, 햇볕이 따뜻한 대로 그냥 감사함 뿐이야.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나는 이미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어. 고마워.

주변을 감싸는 공기마저 달라졌어.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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