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 철학, 삶의 본질
현재의 ‘나’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순간의 찰나로 존재한다. 모든 삶은 선택의 과정이다. 즉, 수많은 선택의 과정을 거쳐 오면서 현재 ‘나’라는 존재가 남고, 더 나아가 미래 모습까지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진실된 모습일까? 거짓된 모습일까? 인생의 무수한 선택의 순간마다 지금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고, 영화 매트릭스처럼 또 다른 ‘나’는 언제 어딘가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관점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생 스팩트럼의 한 컷 사진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돌이켜 보면 처음 겪는 일인데도 예전에 똑같이 경험한 것처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일이 과거 경험의 축적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시간을 먼저 거쳐 간 미래의 ‘나’와 교감 때문인지 누구도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어릴 적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교대에 진학만 했더라면,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어쨌건 지금은 후회와 미련만 남아있다. 매 순간 빗나간 결정을 내리고 느슨하게 살아온 자신에 대한 책망이리라.
현실의 삶은 가끔씩 고통이 따른다. 그때마다 매트릭스처럼 상상 속의 또 다른 나를 소환해 본다. 그게 과거의 ‘나’이든, 현재를 거쳐 간 미래의 ‘나’이든 상관없다. 현실은 쳇바퀴 속의 다람쥐 같은 피곤함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상상 속의 나는 늘 괜찮은 사람이었다. 매트리스 속 내 모습에 대한 정의는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삶을 이겨낼 힘이 되고,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내가 지나쳐온 모든 결정과 선택의 산물만을 인생이라고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겪어온 삶은 내 본질의 극히 일부분일지 모르겠다. 이 모든 걸 떠나서 지금 나의 삶에 충실하고 싶다. 미래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면서 보람된 일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더 깊게는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나의 존재 이유와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까?’라는 철학적인 영역까지도 다가가고 싶다.
오늘도 나는 어딘가에서 존재하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야! 너는 지금의 네 모습에 만족하니?” “후회는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