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경제적 돌파구로써의 통일
2025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의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며 새로운 외교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수품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 협력이 본격화됐고, 러시아는 국제사회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비공식 공급선을 확보하며 북한이라는 파트너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이를 레버리지 삼아 기존보다 더 과감한 군사적 움직임과 정치적 메시지를 쏟아 내고 있다.
한편,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미묘한 조정을 거치고 있다. ‘혈맹’이라는 상징적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실질적 파트너십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중국은 자국의 글로벌 이미지, 경제 성장 안정성, 미국과의 전략경쟁에서의 균형 외교 등을 고려하여 북한의 잦은 도발에 대놓고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북중 관계는 이제 ‘선 긋기’ 속의 관리 국면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점점 더 무게를 싣고 있으며, 중국은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점차 상실하는 분위기다. 이 변화는 곧 한반도 정세의 비가역적인 구조변화를 예고한다. 한반도는 다시 냉전형 대결 구도로 들어서고 있으며, 평화적 해법은 찾기가 점점 더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 정세 속에서 우리는 통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먼저, 통일은 감성적 민족주의여서는 안 된다. 통일을 논하는 이유는 단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번영 전략에 실질적인 해답이 줄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인 저출산과 인구 감소,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위기극복의 수단으로 한반도 통일의 전략적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은 더 이상 ‘이념의 승리’가 아닌 ‘현실적 과제’이다.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 없이 흡수통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북한 정권의 존속을 전제로 한 연방제적 접근을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한계가 있다. 우리는 보다 정합적인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 즉, 체제 경쟁의 우위를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북한 주민과의 연결성을 회복하고, 이들이 통일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연착륙할 수 있는 교육·정보·경제적‧문화교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통일은 먼 이야기이고, 불필요한 비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지 않고 대립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점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있다. 안보 불안, 경제력 약화가 통일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것이 지금의 통일교육, 안보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통일은 도달해야 할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매일매일 준비해 나가야 할 과정이다. 북한이라는 체제와 인민을 분리하여 바라보는 이중전략, 외교·군사·정보·기술을 총동원한 다층적 접근, 그리고 국민의 공감과 이해를 높이는 통일 인식 전환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한반도는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고립의 연대’, 그리고 미국·한국·일본이라는 ‘개방의 연대’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접점에 있다. 우리가 이 흐름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통일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머지않아 새로운 정부는 남북 간의 대화 채널을 다시 복원하고, 끊겼던 소통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남북 주민 간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는 날도 다시 찾아올 것이며, 어쩌면 통일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을 단지 미래의 가능성으로 미뤄둘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한 걸음씩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고, 국민 모두가 통일의 주체로서 인식과 역량을 갖추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