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정신이 깃든 성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요즘은 연예인 학폭 미투가 한창이다. 이쯤 되면 그만 터질 때도 됐나 싶었는데 매일같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폭로가 끊이질 않는다. 한국 냄비근성이란 말처럼 뭐 하나 화제가 되면 재빠르게 끓어오르는 습성 때문인지, 몇 해 전에는 성폭력 내지는 성폭행 미투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시간은 오래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그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했으면 하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너무 많은 폭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가 점차 소모적인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도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학폭 미투 사태에 고등학교부터 십년지기 친구는 뜻밖의 말을 건넸다. 학폭이라고 하면 정말 엄청난 건 줄 알았는데 요즘 사람들이 폭로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들도 다 폭력이더라고. 아주 어릴 적부터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는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학교까지 친구들로부터 꽤나 괴롭힘을 받았다고 한다. 아토피로 인해 원치 않는 불편한 주목을 받을 일이 많았고, 처음 보는 사람들은 빨갛게 올라온 그녀의 흉터에 놀라고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고 한다. 더럽다, 옮는 거 아니냐며 조롱하는 무리는 늘 있었고 심지어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말싸움을 할 때면 그녀를 피부 병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마음 한 구석에 깊숙히 박힌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과거에 당했던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또 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함께 아파한다. 폭력이 만연한 무섭고도 잔인한 이 사회에서 운이 좋게도 유사한 아픔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 조차 내게 주어진 특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내가 겪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고 외면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동질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공감하지 못했던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이가 있지 않을까 두렵다.
피해를 주장하는 자와 가해자로 지목되는 자의 기억이 다르고, 괴롭힘이 아닌 그저 짓궃은 장난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행동의 범위가 어디까지 일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 가해자였다면 그들의 피해사실 조차 묻혀져야 하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담론이 참 많고 아직까지는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서로 다른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분명한 기준을 갖고 나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누군가 나의 의견을 물어 나의 무지함으로 혹여나 상처받는 이가 생기지 않으려면 많이 주면을 많이 돌아보고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