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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Mar 29. 2021

2021.03.29. 오후1시 30분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이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쓰는가?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혼자 삭히기보다는 털어놓아야 풀리는 성격이다. 별거 아닌 것들은 친구들과 욕하며 풀리지만 간혹 입 밖으로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기도 하다. 말하면서 또 생각해야 하니깐. 때로는 그저 귀찮다.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상황 설명이 필요하고 그럴만한 에너지가 없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정 해소를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활자로 써진 나의 상황과 감정을 내 눈으로 읽으면서 나 스스로를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나아서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 분출이 아닌 조금 더 가다듬어진 성숙된 방식의 표현을 하고자 한다.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그걸 마구 표현하고 상대에게 그 감정을 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너무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럼에도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길가는 아무나 붙잡고 누구라도 내 얘길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꾹 참고 괜찮은 척하는 중인데  사실 나 되게 힘들었다고 징징거리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읽어주고 공감해준다는 사실이 어떤 때에는 되게 힘이 된다.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평범한 일상 그 안에서의 내 생각을 기록해 소중한 기억으로 만드는 습관을 들이기로 한, 나의 2021년 목표 때문이다. 공공연한 플랫폼에 난 주 5일은 일기를 쓰겠다고 공표했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요 며칠 힘든 일이 자꾸만 일어난다.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가 걱정되고, 4년이나 만난 남자 친구와 결별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공부한 자료를 모두 모아놓은 USB가 어느 날부터 책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자꾸만 끼니를 거르고 간식거리로 때우기를 반복했고 소화불량이 나아지질 않는다. 내가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싶은 것, 그리고 계속 고민하는 것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일들이 겹쳐 일어나다 보니 글을 쓰며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깊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결국 30여분 동안 써 내려간 두 단락 정도의 글을 모두 지웠다. 더 행복해지려고 글을 쓰는 것인데,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이건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문득 이래서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구나 싶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비워내 봐야겠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그리고 잠시 멈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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