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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Aug 15. 2021

자전거 - 페달을 밟으며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손가락 사이로, 귓바람으로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생각을 추적하는 일은 걷기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야, 유정.

내가 얼마나 운동신경이 둔하고 방향치인지 알고 있지, 나는 언제나 방향은 우향우, 그리곤 줄곧 직진이지. 자전거를 탈 때에도 항상 직진, 그저 앞을 보며 페달을 구를 뿐이야. 이때에 묘미는, 스스로 우향우 또는 좌향좌하지 않도록 핸들을 꼭 잡고, 고개를 들어 앞을 향하고, 그리고 오른발이 뒷발을 찰 때에 딱 맞추어 왼발을 구르고 또 반대로 왼발이 차고 올라올 바로 그때를 맞추어 오른발이 정확히 페달을 굴러줘야 한다는 점이지. 두 발 사이 균형이 깨지거나 오른손 왼손 간의 힘의 균형이 어그러지면 바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야. 정확한 균형 위에 섬세한 박자의 조율, 그 박자감과  굴곡의 리듬이 딱 맞아 앞으로 나아갈 땐, 같이 구르는 바람도 뒷걸음질 치는 나무도 덩달아 신이 나 나를 응원하는 관중이 되어준달까. 마치 어느 아이돌 그룹이 딱딱 맞는 칼군무를 팬들의 환호에 맞추어 삼분 사십오 초 동안 달리는 그런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지. 훗.

자전거를 타는 일은 스스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흥을 깨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오로지 두 다리로, 공기를 가르며 페달을 밟는 행위, 그뿐으로 실현된다는 것이 또한 매력적이야. 오직 내 두 다리만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내 생각대로, 내 속도대로 움직일 수 있어. 언덕을 만나 온몸에 힘을 주고 근력으로 끝까지 오르는 것도, 내리막을 만나 두 다리를 양 옆으로 빼쭉 내밀어 힘을 빼고 흘러 내려가는 것도, 평지를 두런두런 살아있는 모든 것과 눈 맞춤하며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모두 다 내 마음에 달려있지.

자전거를 타는 일은 내게 오늘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야. 길은 어느 곳으로나 이어지고 내 마음에 지도를 그릴 자유만 있다면, 그리고 내 두 다리와 생각의 메트로놈이 균형을 맞출 평화만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자전할 거야.

너와 너의 집 앞 그 길을 함께 페달을 밟으며 사유하고 싶다.


- 유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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