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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Aug 15. 2021

자전거

처음 자전거를 배울때의 날들이 가끔 생각난다.

엄마가 생일에 사준 핑크색 자전거에 아빠가 보조바퀴를 직접 달고 차에 싣고 매일같이 공원에 가던 날들이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동생의 부러움을 사며 땡볕에서 몇시간이고 달리고 달리는걸 좋아했다.


보조바퀴를 떼던 날도 기억난다.

아빠는 나에게 결정권을 주었다.

“준비가 됐니?”

약간 동공이 흔들리는 나에게 준비가 안됐으면 다음에 하면 된다고 하는 말에 그 어떤 오기같은게 발동했다. 준비가덜 된 떨리는 마음을 숨긴채 보조바퀴가 없는 자전거에 올랐다. 쉽지는 않았지만 두려움을 안은채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갈때 이상한 쾌감과 뿌듯함을 느꼈었다. 넘어져도 괜찮을것만 같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생각보다 그렇게 자주 자전거를 탈일이 없다. 다만 땡볕에서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은 비슷하다. 오히려 더 조급하고 흐르는 시간과 경쟁하듯이 페달을 밟아야 할것만 같다. 하지만 안다. 사실 흘러가는 시간에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 한발짝 겨우 앞서나가봤자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시간은 바짝 쫓아올테니까.


시간과 발맞추어 가보자.

같은 속도조차 힘들어지면, 잠시 앞질러 가게 내버려둬보자.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고요하게 또 다른 시간의 흐름이 나와 발을 맞추어 줄것이다.


느리고 힘들더라도 쉽지 않은걸 해야한다 항상.

기꺼이 고되고 다칠수 있는 걸.

준비가 됐니?”


- 유정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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