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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Aug 29. 2021

태풍 - 걱정하는 오늘의 나에게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었다.

가슴에 서늘한 찬바람이 들어와 뱃속을 헤집어 놓았다.

나는 너무 놀라 또 눈물이 났다.

트라우마일까. 비슷한 종류의 일이 벌어지거나,

혹은 그런 기류만 보여도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바닥을 헤집고 문을 두들겨 소리를 친다.


늘 걱정이 많은 나다.

걱정의 종류와 정도는 나 아닌 누구는 결코 가늠할 수 없다. 맑은 날도 하늘이 높은 날도 함박눈이 내리는 날도 오늘을 지나며 내일을 걱정한다.


차라리 태풍을 지나고 있기를 바란다. 오늘을 지나는 힘으로 내일의 걱정을 날려 보내고 싶다.


한 번씩 계절이 바뀌는 때에 태풍이 불어오면 고요히 안으로 침잠하려 애쓴다. 그리고 아직 상륙하지 않은 거센 소용돌이를 지레 겁먹고 도망치지 않으려 두 발을 굳게 잡고 웅크려 숨을 참는다.


시간은 지나고 바람은 지나간다.

수많은 태풍을 맞고 흔들리고 버티고 보내, 그렇게 우리는 되리라.


내 계절은 한 여름 태양 아래. 태풍을 맞고 있지만, 다 지나간다. 어제는 더웠고 내일은 비가 오겠지만, 지금 나는 괜찮다.


나의 지난 나와 내일의 나에게, 오늘의 나는 후회를 덮고 걱정을 덜어낼 이유가 된다.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언제고 찾아와 문을 두드릴 태풍을 조용히 보내주길 바라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여름 해는 길고 우린 한가하다. 우리는 지나간 일을 반성하지도 않았고 내일을 걱정하지도 않았다.” - 나의 청춘이 사랑하는 영화, 영화 <태풍태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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