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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Aug 30. 2021

태풍 - 태풍의 눈

가장 고요한 곳은  혼란한 마음속 깊은  안의  깊은 어딘가에 있는 찰랑이고 푸르고 반짝이는 .

내가 이 고요를 언제 발견했는지 생각해보았다.

뒤돌아보니 한눈에 알아본건 아니었고 시간이 걸려 서서히 알게된 것이었다.


스물세살에 런던을 갔다.

이민가방이라는 것을 처음 들고 혼자 비행기를 탔더랬다.

낯선 곳에 처음 도착했을때는 낮이었는데 밖의 풍경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는다. 기차를 타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까만 택시로 갈아타고 기숙사에 그 무거운 이민가방을 내려놓을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거다. 정리를 하고 길 건너편에 있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에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 딸깍 끊는 소리와 함께 쌉싸름한 바람이 느껴졌다.

그때야 비로소 보였다. 해가 보랏빛으로 지는 저녁이었고 나는 그때 깨달았다.

혼자다. 혼자.

날 아는 이가 한명도 없는 낯선 땅이다.

고요했고 고요했다.


서른세살에 난 일년에 반절은 눈이 내리는 마을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초가 타는것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일이었다. 아침의 청명함에도 저녁의 푸르스름한 모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까만 글씨들을 쏟아 내곤 했다. 채 봄이 오기전 새벽에도 어김없이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잔디를 깎는 냄새가 열어놓은 창문사이로 스며들었다. 죽어가는 잔디에서 삶의 푸르른 기운을 느꼈다.

잔디의 향이 느껴지는 동트는 그 시간은 선명하게 고요했고 고독했다.


이렇게 찾은 내 고요는 오롯이 내것이다.

그 누구도 뺏어갈수 없고 망가뜨릴 수 없는 나만의 것으로 잔잔히 흐른다. 소용돌이치는 혼란 그 안에서도 조용히 안전할수 있고 안도할 수 있는 이유이다.


-유정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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