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빵과 치킨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 2

by 다둥이아빠

세 아이들의 입맛은 저마다 다르다.

파스타, 한식, 분식 등 쉽게 통일되는 게 없다.


어릴 적 기억에 아버지가 특별한 날도 아닌데 빵을 잔뜩 사 오거나 우리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탕을 잔뜩 사 오실 때가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늘 차이가 있었다.

나는 크림빵을 좋아했고, 아버지는 단팥빵이나 복숭아 맛 사탕을 사다 주셨다.

반가운 맘에 달려가 아버지가 사 오신 비닐봉지를 열어보고선 이내 말이 없어진 게 기억이 난다.


기분 좋게 취하신 날은 유독 빵이 많았다.

비닐봉지 가득 단팥빵이 가득 차 있을 때도 있었고, 그걸 보신 어머니는 절반을 다른 비닐봉지에 담아 가게로 다시 가셨다.


그때는 아버지가 왜 이걸 사 오셨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딱히 이유를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그냥 내겐 아버지가 들고 오신 것들일 뿐이었다.


몇 년 전,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감염병이다 보니 사업장도 어렵고, 매일매일이 힘들었다.


아이들이나 아내가 내게 특별하게 요구한 것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자주 들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고, 갖고 싶다는 것은 돈걱정 없이 사주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때로는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

강요한 이도 없는 미안함이 늘 가슴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에 가면 애들 치킨이라도 시켜서 먹일까?"


"아니, 괜찮아. 지금은 좀 아껴야지."


별스럽지도 않은 아내의 말이 괜히 서운하게 들렸고, '아껴야 한다'는 현실은 마치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져 조금 서글펐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가 되기 전에는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그때 비닐봉지 가득한 아버지의 단팥빵과 복숭아맛 사탕이 떠올랐다.


그 시절 아버지의 삶도 녹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라고 우리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그냥 뜻대로 안 되는 날들이 많았을 것이고, 그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원망을 가슴깊이 삼키셨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유도 없을 미안함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싶은 단팥빵을 사 오셨던 건 아닐까.

내가 치킨 한 마리라도 사주고 싶었던 마음처럼.


집으로 오는 길 횡단보도 앞에 있는 빵집 창문 너머로 좋아하지도 않는 단팥빵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