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 물음표를 쏘는 자
회사에서는 물음표를 자주 만난다. 업무를 잘 모를 때, 직장 선배와 친밀도를 높일 때, 상사의 의중을 파악할 때 등 물음표는 항상 사무실을 옮겨 다닌다.
사무실에서 물음표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의문을 표현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의심이나 빈정거림이다. 첫 번째 물음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음표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가 않다. 한, 두 번 정도 센스 있는 충고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자주 사용하면 읽고 듣는 입장에서 견디기 어렵다.
나는 두 번째 물음표를 물총 물음표라 한다. 맞다 보면 몸에 스며들고, 자꾸 맞으면 흠뻑 젖는다. 쭉 짜 보면 내게도 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느 직장 선배의 메일에는 물총 물음표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난 회의에서 김부장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걸 정리해서 전달해준 게 맞는지?"
앞 뒤 맥락을 잘라 옮겨왔지만, 선배의 물음표는 거의 대부분이 물총이다. 얼룩을 지워주는 물줄기인 줄 알았는데, 맞을수록 찝찝하다.
선배와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물음표는 물을 잔뜩, 자주 뿜어댄다. 의심과 빈정거림이 섞인 뉘앙스가 다분하다. 그런 대화를 지속하다 보면 내게도 물이 똑똑 떨어질 때가 있다.
언젠가부터 선배와 메일을 하거나 대화를 주고받을 때 스스로 방수 필터를 사용한다. 내게도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스며든 물이 뚝뚝 떨어져 타인을 젖게 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