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이든 둥둥 떠다니면”
하루종일 바쁘게 일을 하고 온 날에도,
하루종일 밖에서 산책을 하고 온 날에도,
집안일을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한 날에도,
어떤 날이어도
욕조를 바라보면 생각났다.
따뜻한 물, 습한 수중기,
그리고 핸드폰의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정말 어떤 날이어도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던져버릴 수 있었다.
욕조안의 물 속에 풍덩하고 던져버렸다.
너무 행복했던 날의 마음,
너무 힘들었던 날의 마음,
너무 괴로웠던 날의 마음,
그 날의 마음에 따라 내가 몸을 담군
욕조의 물 온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플레이리스트도 그 날의 내 마음에 따라
다른 음악을 틀게 됐다.
욕조안에서 만큼은 나 혼자라서 좋았다.
그 안에 있을 때 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생각들로 가득할 수 있어서.
욕조물이 배수구로 빠져나갈 때는
내가 던져버린 마음들도 함께 떠나가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잠시 떠나는 것이지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마음들인 것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잠시 안녕할 수 있어서
다음에 또 만날 때는, 똑같은 나로 만나지 않을 거란
기대도 해볼 수 있어서
그래서 좋았다.
나의 지친 하루의 끝에서
늘 푹 쉬었다 갈 수 있는 휴게소가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 집 욕조가 나에겐 휴게소였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휴게소.
언제든지 바로 갈 수 있는 나만의 휴게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