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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성 해정별: 욕조는 나만의 휴게소(3화)

“어떤 마음이든 둥둥 떠다니면”

by 해정

하루종일 바쁘게 일을 하고 온 날에도,

하루종일 밖에서 산책을 하고 온 날에도,

집안일을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한 날에도,


어떤 날이어도

욕조를 바라보면 생각났다.


따뜻한 물, 습한 수중기,

그리고 핸드폰의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정말 어떤 날이어도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던져버릴 수 있었다.


욕조안의 물 속에 풍덩하고 던져버렸다.


너무 행복했던 날의 마음,

너무 힘들었던 날의 마음,

너무 괴로웠던 날의 마음,


그 날의 마음에 따라 내가 몸을 담군

욕조의 물 온도가 다르게 느껴졌다.


플레이리스트도 그 날의 내 마음에 따라

다른 음악을 틀게 됐다.


욕조안에서 만큼은 나 혼자라서 좋았다.

그 안에 있을 때 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생각들로 가득할 수 있어서.


욕조물이 배수구로 빠져나갈 때는

내가 던져버린 마음들도 함께 떠나가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잠시 떠나는 것이지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마음들인 것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잠시 안녕할 수 있어서

다음에 또 만날 때는, 똑같은 나로 만나지 않을 거란

기대도 해볼 수 있어서


그래서 좋았다.


나의 지친 하루의 끝에서

늘 푹 쉬었다 갈 수 있는 휴게소가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 집 욕조가 나에겐 휴게소였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휴게소.

언제든지 바로 갈 수 있는 나만의 휴게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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