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읽은, 마음이 시려졌던 이야기
나는 이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 어린이 판매량순으로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항상 상위권에 있어서 ‘음? 이 책 재미있는가 보다’ 싶었고,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볼 책을 고를 땐 늘 어린이 베스트셀러나 중고서점 판매량순을 참고한다.
중고서적이 잘 팔렸다는 건 그만큼 많이 읽히고 사랑받았다는 의미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대체로 정말 재미있고, 몰입도도 높다.
읽으면서 “이 작가분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이와 함께 신나게 책을 읽는 경험이란, 참 좋다.
이 책도 그랬다.
아이가 “계속 읽고 싶다”며 끝까지 끊지 않고 몰입했던 책.
그 자체로 이미 이 책은 내게 ‘좋은 책’이었다.
강주목의 생일파티 다음 날,
주목 엄마의 지갑이 도난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일파티에 참석했던 아이들 중 누가 범인인지 하나씩 알아가는 흐름인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단단히 잡혀 있다.
정말 단숨에 몰입하게 되는 전개였다.
이 책은 고효민 → 임수현 → 강주목,
세 아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쓰라렸는데,
특히 임수현의 시점에서 그 감정이 깊게 와닿았다.
아빠가 빚을 져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고,
수현이는 그 사실을 믿었던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에게 소문처럼 퍼뜨린다.
그 과정에서 없는 말이 덧붙여지고,
사실이 부풀려지면서 여러 아이들에게 와전된다.
그 뒤로 수현이는 점점 왕따가 된다.
어느새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히 외면당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그 아이가 어떤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지,
얼마나 외롭고 속이 타들어갔을지를
정작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수현이는 마음을 닫고 웃음을 잃는다.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이나 솔직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그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고효민은 참 좋은 아이로 그려진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도 저렇게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주목의 시선으로 보는 이야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김화요 작가의 글은 정말 몰입감 있게 잘 쓰여 있다.
단순히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와 감정을 남기는 책이다.
특히 두 번이나 나오는,
‘인기 많던 아이가 뚜렷한 잘못 없이 친구들에게 멀어지는 장면들’이 오래 남는다.
그 장면을 읽고,
예전부터 구설수에 휘말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연예인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종종 언론에 비친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그 사람의 진짜 마음과 상황은 모른 채
수많은 이들과 함께 비난을 던진 건 아닐까.
그렇게 결국,
외롭고 조용히 사라지는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진 않지만,
등장인물들의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그 선택 뒤에 있었을 외로움과 단절,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오래 마음에 남고,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의 마지막 말
"우리가 경험한 것은
상대방의 아주 단편적인 부분일 수도 있는데
그것에만 의지하여 다른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모르는 사이 작가의 말에서 -
이 말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해서 단정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아이에게도 고마운 책이다.
다양한 시선, 다르게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니었구나’라는 걸 아이도 조금은 알게 된 듯했다.
그래서 참 고맙고, 또 고마웠다.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책.
그 말이 딱 어울린다.
김화요 작가의 다른 책도 꼭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참 감사하다.